"탈퇴 논의할 것" 한국노총에... '풍전등화' 경사노위

입력
2023.06.02 18:48
수정
2023.06.02 18:5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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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간부 2명에 대한 경찰 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 참가자가 발언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전남 광양 광양제철소 앞 농성장에서 농성을 하던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과 김준영 사무처장을 연행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서영 인턴기자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간부 2명에 대한 경찰 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 참가자가 발언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전남 광양 광양제철소 앞 농성장에서 농성을 하던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과 김준영 사무처장을 연행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서영 인턴기자

경찰이 지난달 말 전남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간부를 진압, 체포한 것과 관련해 한국노총이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노사정 공식 대화 채널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탈퇴를 논의하기로 했다. 경사노위 출범 때부터 불참한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까지 탈퇴할 경우 노사정 대화는 사실상 파국을 맞게 된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8일 사회적 대화 관련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7일 전남 광양지역지부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경사노위 탈퇴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노총은 2016년 이후 노사정 대화 테이블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이달 1일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열릴 예정이었던 경사노위 주최 노사정 간담회에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과 31일 광양에서 농성 중이던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과 김준영 사무처장이 체포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김동명 위원장은 31일 "윤석열 정권의 폭력 연행과 진압을 보며 정권이 노동계와 대화할 생각도 의지도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며 간담회 불참을 선언했고, 한국노총은 경사노위 탈퇴 논의까지 진행하게 됐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퇴진 및 전국동시다발 민주노총 총력투쟁 결의대회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퇴진 및 전국동시다발 민주노총 총력투쟁 결의대회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경사노위에서 유일하게 노동계를 대표하고 있는 한국노총이 빠지면 노사정 대화는 불가능해진다. 이번 정부 들어 단 한 차례도 제대로 열린 적 없는 노사정 대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중단되는 셈이다. 민주노총은 1999년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한 이후 다시 합류한 적이 없어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지금도 노동개혁과 관련해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탈퇴 선언은) 사실 선언적 의미가 더 크다"라면서도 "그럼에도 한국노총을 끌어들이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이 이대로 정부에 등을 돌리고 거리 투쟁에 집중할 경우 정부의 노동개혁 작업도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주 최대 69시간' 논란을 낳은 근로시간 개편안이 역풍을 맞은 이유로 '노동계와의 대화 부족'이 꼽혔지만, 그나마 정부의 노동정책 파트너 역할을 해온 한국노총마저 대화 테이블에서 떠난다면 노동개혁 논의가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한국노총만큼은 역대 정부가 모두 안고 가려던 협상 파트너인데, 이들마저 적으로 돌아서면 결국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국노총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노총은 김 위원장에 대해 "노동계의 반발이 크다"고 문제를 제기해 왔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 행보로 봤을 때 한국노총이 명확하게 김 위원장 (퇴진을) 조건에 달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경사노위가 제 기능을 하려면 노동자 측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경사노위가 운영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상황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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