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발령’ 아니라는 서울시…행안부는 재난문자 개선 나섰다

입력
2023.06.01 20: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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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재난문자 운영 개선방안 마련"
똑같은 지령받은 경기·인천은 발송 안 해
국무조정실, 행안부-서울시 상대 경위 조사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31일 한 시민이 서울시가 출근 전 시민들에게 보낸 긴급재난문자와 20여 분 후 행정안전부가 '오발령'이라고 보낸 재난문자를 보고 있다. 홍인기 기자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31일 한 시민이 서울시가 출근 전 시민들에게 보낸 긴급재난문자와 20여 분 후 행정안전부가 '오발령'이라고 보낸 재난문자를 보고 있다. 홍인기 기자

31일 오전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로 서울시가 보낸 위급재난문자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자, 행정안전부가 재난문자 운영규정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국무조정실은 정확한 경위 파악을 위해 행정안전부와 서울시를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다.

이동옥 행안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재난문자가 허술하다는 국민들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수렴하고, 전문가 의견과 외국 사례, 기술적 측면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재난문자 운영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서울시는 행안부 예규인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적시된 경계경보 표준문안에 따라 ‘대피하라’는 짧은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경보발령 이유나 대피방법 등을 알려주지 않아 시민들이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몰리면서 한때 서비스가 마비됐다. 이 대변인은 “육하원칙에 입각해 경계경보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도록 정비하는 방향으로 표준문안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재난문자 발송으로 서울시와 혼선을 빚은 데 대해서는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 대변인은 “행안부가 17개 시도에 백령도 지역 경계경보 발령을 알렸고,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경계경보 발령) 조치했다”며 “재난문자 발송 체계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서울시가 전날 오전 6시41분 ‘대피를 준비하라’는 재난문자를 발송하자 22분 뒤 ‘서울시가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고 정정 문자를 보내 당국간 혼선을 드러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실무자의 과잉 대응이었을 수는 있지만 오발령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전날 지령을 받은 17개 시도 중 경계경보 발령을 한 곳은 서울시가 유일했다. 정작 백령ㆍ대청면이 있는 인천시는 경계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다. 인천시 관계자는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 사실과 경로 등이 이미 알려진 상황에서 행안부와 사전협의를 거쳐 재난문자 발송이 필요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도 “행안부 지령에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이라고 돼 있는데, 이는 백령ㆍ대청면 중 사이렌이 고장 나 경보를 받지 못한 지역을 의미하는 것이지, 경계경보가 발령되지 않은 서울은 해당사항이 없다”며 “서울시가 재난문자를 발송한 뒤 5차례 정정 요구를 했지만 반응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국무조정실은 양 측 주장을 토대로 재난문자 발령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서울시의 민방공 경계경보 발령에 따른 지자체 조치 사항 적절성 여부와 행안부 경계경보 발령에 따른 지령방송 타당성 등을 조사한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사건 경위를 파악해 문책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여부 등을 정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문가들은 재난문자 발송 체계 일원화와 대피요령 숙지 필요성을 제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난 대응 주무부처가 재난문자를 보내도록 일원화하되 각 지역에서는 대피소 등 구체적인 행동요령을 알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실제 재난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하려면 정기적인 민방위 재난 훈련 등을 통해 평소에 대피요령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8월 민방위 훈련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지원 기자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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