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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 갭투자 제동... 한국만 있는 전세제도 대수술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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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세제도 대수술에 나선다. 민간에 오래 뿌리내린 전세의 허점을 노린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으로 악화하자 더는 민간 자율에만 맡겨둬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전세금 떼일 위험이 큰 무분별한 갭투자(전세 끼고 매입)엔 여러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주택 전세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다. 정확한 유례를 찾긴 어렵지만, 각종 자료를 보면 조선시대에도 널리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 1910년 조선총독부가 만든 관습보고서엔 "전세란 조선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가옥 임대차 방법이며, 전세금액은 가옥 대가의 반액 내지 7·8할이 통례"라고 서술돼 있다.
전세는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시작된 1960년대 본격 자리를 잡았다. 제도권 주택금융이 부실했던 시절이라 많은 사람이 전세를 끼고 집을 샀고, 결과적으로 전세는 임대주택을 늘리는 역할도 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도입한 게 아닌,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집주인과 세입자 간 신뢰 기반의 사적 금융이 전세다.
사적 금융이다 보니 그 자체로 보증금 미반환 위험을 안고 있다. 특히 갭투자는 이런 위험을 증폭시킨다. 계약 당시보다 전셋값이 내려가는 최근 역전세난 역시 마찬가지다. 임차인이 더 손해를 보는 구조다.
구조적으로도 결함이 많다. 해당 주택에 저당이 잡혀도 계약이 가능하고, 집주인이 마음만 먹으면 세입자 이삿날에 몰래 은행 대출을 받아 세입자를 후순위로 돌릴 수도 있다. 세입자 보호 특별법(주택임대차보호법)이 존재하지만, 최근 전세사기 피해 사례에서 봤듯 이 법만으로 보증금을 온전히 지킬 수 없다는 게 드러났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산업실장은 "수도권 젊은 층이 주로 임차시장에 머물러 있다"며 "전세제도를 그대로 두면 결국 청년 주거사다리를 흔드는 격인 만큼 젊은 층을 위해서라도 이번에 전세제도를 촘촘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 이번 전세사기 피해자도 2030 청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전체의 70%다.
정부 역시 이참에 전세제도 전반을 손질하겠다고 예고했다. 우선 시장·학계에서 거론하는 모든 아이디어를 놓고 실효성을 검토해 보기로 했다. 특히 자기자본 없이 전세 끼고 집을 사는 무자본 갭투자 등 무분별한 갭투자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최근 대규모 전세사기의 장본인으로 꼽힌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일정 숫자 이상의 갭투자를 금지 또는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해 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규제지역 해제로 거주 요건이 사라져 합법적으로 서울에서도 갭투자가 가능해진 상황이라 어떤 갭투자를 어떻게 규제할지가 관건이다.
학계에선 무엇보다 전세 관련 데이터부터 제대로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갭투자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데이터는 일정 규모 이상의 집을 산 이들에게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한 '자금조달계획서'가 전부다. 여기에 기재토록 한 보증금 승계 여부를 보고 갭투자 비율을 추정하는 식이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관련 통계 등 인프라가 부족해 정확한 현황 파악에 한계가 있다"며 "갭투자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고 관련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보증금 반환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안 등에 대해 곧 연구용역을 시작할 것"이라며 "관행처럼 여겨졌던 무분별한 갭투자 폐해를 심층 분석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집주인 만세 부른다?"... 불신 속 거래 끊긴 전세시장 가 보니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52520460001006
무분별 갭투자 제동... 한국만 있는 전세제도 대수술 예고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52615580000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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