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대통령 한마디에 폭력 연행...31일 총파업"

입력
2023.05.26 16:38
수정
2023.05.2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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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25일 문화제 강제해산 조치에 반발
민주노총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폭력적 연행"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1박 2일 노숙투쟁 선전전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1박 2일 노숙투쟁 선전전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지난 25일 대법원 앞에서 진행하던 문화제를 경찰이 강제로 해산한 것을 "명백한 국가폭력"이라고 규탄하며 오는 31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26일 오후 2시 30분 총파업 투쟁 지침 1호를 금속노조 전체 사업장에 내려보냈다. 이에 따라 전 조합원은 31일 주·야 4시간 이상씩 파업에 돌입한다. 금속노조 지도부는 같은 날 경찰청 앞에서 예정된 '노동개악 노조파괴 분쇄 윤석열 정권 퇴진' 총파업 대회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금속노조는 전날 경찰의 강제해산 조치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노동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은 대법원 앞에서 야간 문화제를 열었는데, 경찰은 참가자들을 강제로 해산했다. 이 과정에서 문화제 무대차량은 견인됐고, 견인을 막던 참가자 3명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금속노조는 이 행사가 신고 대상이 아닌 문화제였다고 강조한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5조에 따르면 학문이나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오락 목적의 집회는 신고 대상이 아닌데도 경찰이 문화제를 핑계로 미신고 야간집회를 열었다고 판단해 강제로 해산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강경 대응은 윤석열 대통령이 노숙집회 등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주문한 지 이틀 만이다.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노동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던 야간 문화제를 경찰이 원천봉쇄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노동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던 야간 문화제를 경찰이 원천봉쇄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속노조는 지난 수년간 불법파견 판결 촉구를 위해 경찰과 협의 뒤 진행한 노숙농성에 갑자기 불법 딱지가 붙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 측은 "경찰은 문화제 전날 '오래전부터 대법원 앞에서 농성하고 있는 걸 알지만 지금은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 위에서 강경 대응하라고 공문이 내려왔다. 청장 지시도 있고 대통령 발언도 있어서 지난번처럼 조율해서 진행하기 어렵다'며 야간 문화제와 노숙농성을 불법으로 규정할 것임을 밝혔다"면서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오로지 대통령의 한마디에 경찰이 태도를 바꿔 마구잡이 폭력 연행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이제껏 별문제 없이 수십 차례 진행한 문화제와 노숙투쟁에 경찰은 '불법행위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성추행을 동반한 폭력적인 연행과 강제 이격을 했다"며 "집시법도, 하위 시행령도 바뀐 게 없는데 경찰의 태도가 돌변한 근거는 오로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이에 힘을 얻은 당정, 경찰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많은 이의 희생으로 쌓아 올린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부정하고 파괴하는 반헌법, 민주 파괴 행위"라고 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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