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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이혼'에 분할연금 수급자 7만 명..."재산분할 안 해도 연금은 나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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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10년 이상 국민연금을 납부해 노령연금(수급 연령이 되면 받는 일반적인 국민연금) 수급권이 생겼지만 나이가 더 들었을 때 노후 자금으로 쓰기 위해 수령을 잠시 미뤘다. 그러던 어느 날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몇 년 뒤 받을 연금액이 바뀌었다는 통지서가 왔다. 알고 보니 이혼한 전 배우자 B씨가 '분할연금'(부부가 이혼한 경우 배우자의 국민연금을 나눠 갖는 제도) 수급을 신청해 A씨가 받을 예정이었던 연금의 절반이 B씨에게 지급된 것이다.
A씨는 B씨와 이혼할 당시 '상대방에게 위자료, 재산분할 등 일체의 재산상 청구를 하지 않고 민형사상 책임도 묻지 않는다'고 합의했기에 억울하다며 노령연금액 변경 처분 취소를 청구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협의서에 연금 분할 비율을 별도로 정해 명시했다면 모를까, 이혼 당시 재산분할에 대해 합의한 내용만으로는 노령연금액도 분할해야 할 재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혼인 기간 B씨도 A씨의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에 일정 부분 기여한 점이 인정됐다.
이처럼 이혼 뒤 전남편의 국민연금을 나눠 갖는 전 부인들이 올해는 6만 명을 넘어섰다. 전 부인의 연금을 나누는 전남편도 꾸준히 늘어 8,000명에 육박했다. 늘어난 '황혼 이혼'이 분할연금 수급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26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분할연금 수급자는 지난 1월 기준 6만9,437명이다. 여성이 6만1,507명(88.6%), 남성은 7,930명(11.4%)이다.
분할연금은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인 사람이 이혼했을 때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수급이 가능하다. 육아와 가사노동을 하느라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여성들을 위해 1999년 제도가 도입됐다. 혼인 기간에 정신적, 물질적으로 이바지한 점을 인정해 노후 소득을 조금이라도 보장하려는 취지다.
분할연금 수급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건 2010년 이후다. 2010년까지만 해도 4,632명에 그쳤지만 2011년 6,106명, 2012년 8,280명으로 늘었고 2014년에는 1만1,900명으로 처음 1만 명을 넘었다. 이어 2017년에는 2만5,302명으로 2만 명을 돌파했고 2019년부터는 해마다 1만 명씩 급증했다. 이혼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황혼 이혼이 늘면서 수급자가 꾸준히 증가한 결과다.
다만 연금 액수가 많지는 않다. 올해 1월 기준 월평균 수령액은 23만7,830원이다. 수령액별로는 20만 원 미만이 3만6,833명으로 가장 많고 100만 원 이상은 103명에 그쳤다.
분할연금을 받으려면 몇 가지 조건을 맞춰야 한다. 이혼한 전 배우자가 일정 기간 이상 연금을 납부해 수급권이 있어야 하며, 분할연금 신청자와 전 배우자 모두 노령연금 수급 연령(현재 63세)에 도달해야 한다. 수급권을 얻기 전에 배우자가 사망해 노령연금 수급권이 소멸했거나 장애가 생겨 장애연금을 받으면 분할연금은 받을 수 없다.
2016년까지는 혼인 기간 형성된 연금액을 일률적으로 절반씩 나눴지만 2017년부터는 당사자 간 협의나 재판으로 수급 비율을 정할 수 있게 됐다. 또한 2018년 6월부터는 가출이나 별거로 가사·육아 등을 부담하지 않은 기간이 분할 산정에서 제외됐다.
최근 서울행정법원도 전남편 C씨가 연금공단을 상대로 '이혼한 전 부인 D씨에게 별거 기간에 대해 분할연금을 지급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별거 상태에서도 가사·육아를 분담했다면 수급권 형성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지만 D씨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기에 수급권을 부여하는 건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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