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도는 지방자치의 허상이다

입력
2023.05.24 04:30
25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국회토론회'가 국회도서관에서 2일 열렸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추진단 제공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국회토론회'가 국회도서관에서 2일 열렸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추진단 제공

경기도 북부를 떼어내 '경기북부특별자치도'라는 특별자치도를 만들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경기 북부는 물론이고 남부에서도 주민 찬성률이 높아 실현가능성도 크다. 문제는 특별자치도이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에 이어 강원과 전북이 곧 특별자치도가 되므로 세종특별자치시와 함께 광역 수준 특별자치단체가 모두 5개 존재하게 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기능재분배와 지방재정 강화를 위한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미뤄두고, 지역 요구에 따라 임시방편 특별법으로 특별한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자치도 승격의 기준과 명분도 분명하지 않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리적 특성과 국제자유도시 조성이란 명분이 있었지만 강원과 전북은 어떤 명분으로 특별자치도가 되었나. 강원특별자치도특별법과 전북특별자치도특별법은 똑같이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려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특별자치도를 설치하여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지역의 경쟁력을 제고"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글자 하나 다르지 않은데 뭐가 각각 특별하단 말인가? 특별함이 없어도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니 모두가 특별자치도가 되려 할 것이다. 이런 식이면 향후 모든 지역이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려 자치권을 요구하며 특별자치도가 되려 할 것이다. 이러다간 광역시들마저 특별자치광역시가 되어 부산특별자치광역시란 희한한 이름이 탄생할 수도 있겠다.

지역 소외가 기준이라면 서울과 수도권 외에 소외되지 않은 지역이 어디에 있나? 명분은 자치이나 중앙정부로부터 권한이 이양되면 각종 개발규제를 완화하는 결정권을 가지겠다는 것이다. 특별이라는 용어도 시대 분위기에 맞지 않고 불공정해 보인다. 자치는 장식 용어가 아니다. 행정의 자치가 없는데 무슨 경제자치인가? 왜 걸핏하면 특별법을 제정하여 기존 법률체계와 행정의 안정성과 합리성을 위협하는가? 제도는 실험의 도구가 아니다. 선거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특별법을 너무 쉽게 만들어 내고 있다. 정치가 제도의 균형과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법에 따른 특별자치도 탄생 직전에 특별법을 서둘러 개정하는 모습에서도 무개념과 무능력, 그리고 무책임이 보인다. 특별자치도는 겉으로는 지방자치를 옹호하면서 실제로는 중앙정부의 기능과 재원이 유지되길 바라는 정치인들의 임시방편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합리적 기능 배분, 재정의 지방화를 위한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미뤄둔 채 운영되는 특별자치도 제도는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허상이다.


강정운 창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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