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돕고 일당 벌고... 농민·도시민 다 만족시킨 '도시농부'

입력
2023.05.1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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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전국 첫 도시농부 사업 시행
도시 유휴인력 영농현장에 투입
시작 100일 만에 1만명 돌파
인력 부족 농촌 숨통 틔우고
도시민엔 건강한 일자리 제공
"도농 상생, 귀농·귀촌 마중물"

'충북형 도시농부'에 참여한 사람들이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애호박 줄기를 가다듬는 농작업을 벌이고 있다. 충북도 제공

'충북형 도시농부'에 참여한 사람들이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애호박 줄기를 가다듬는 농작업을 벌이고 있다. 충북도 제공



도시 유휴 인력을 농촌 영농 현장에 투입하는 ‘충북형 도시농부’ 사업이 시작부터 뜨거운 호응을얻고 있다.

17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11개 시군에 투입된 도시농부가 이날 현재 1만명(연인원)을 넘어섰다. 지난 2월 8일 청주의 한 표고버섯 농가에 도시농부를 처음 투입한 지 약 100일 만이다. 도시농부를 쓰고 있는 농가는 2,900여 농가에 달한다. 현재 도시농부 신청자는 3,127명으로, 여성(1,732명)이 남성(1,395명)보다 24% 많다. 대부분 충북지역 주민이지만, 경기(97명) 대전(34명) 서울(26명) 등 타 시도 거주자도 202명이나 된다. 연령별로는 60대가 41.2%로 가장 많고, 이어 50대 24.4%, 70대 18.9%로 집계됐다.

도시농부 수요는 본격적인 영농철로 접어든 4월 말부터 폭증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영농 일손이 바빠진 이달 들어서는 하루 평균 400명 이상이 투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민선 8기 충북도가 처음 시도한 도시농부 사업은 은퇴자 등 도시 유휴 인력을 농촌 인력으로 활용하는 게 골자다. 일손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는 농촌에는 안정적인 인력을 제공하고, 도시민에게는 건강한 일자리를 마련해주자는 취지다.

도시농부는 만 20∼75세 청년, 은퇴자, 주부 등 비농업인 유휴 인력이 참여할 수 있다. 선발되면 이틀간 기초 농작업과 안전관리 등 교육을 받고 농가에 투입된다.

이들은 하루 4시간 일하고 6만원을 받는데, 40%(2만 4,000원)를 지자체가 부담한다. 작업 중 사고에 대비해 상해보험도 가입해준다. 교통비는 거리에 따라 5,000원~1만원을 지급받고, 시군 경계를 넘을 경우엔 식비와 일당도 추가된다.

충북도는 첫해인 지난해 괴산·보은 등지서 시범 사업을 해본 뒤 반응이 좋자 올해부터 도내 전 시군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각 시군에는 도시농부를 농가와 연결하는 전담 중개센터를 개설했다. 도는 올해 도시농부 예산으로 26억 5,000만원을 편성했다. 총 참여 규모를 6만명(연인원)으로 잡아 놓았다.

도시농부가 단 기간에 인기를 끈 것은 농가 부담이 적고 인력 공급 방식이 농가 맞춤형이기 때문이다. 괴산군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노성준(70)씨는 “중개센터를 통하니 사람 구하러 다닐 필요가 없어서 좋고, 일이 몰리는 때 인력을 유동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작업 능률도 좋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과농 윤중근씨는 “4시간 집중 작업으로 능률이 상당히 좋은 편”이라며 “요즘처럼 낮 기온이 뜨거울 때는 오전에 작업을 마치는 도시농부의 효율성이 훨씬 높은 것 같다”고 했다.

도시농부들도 만족해하고 있다. 청주에 거주하는 도시농부 채수홍씨는 “정년 퇴임 후 짭짤한 일당을 벌 수 있어 좋고, 평소 관심이 있던 농사일을 배울 수 있어서 더더욱 좋다”고 했다.

충북도는 앞으로 도시농부별 농작업 이력 관리를 통해 농가 맞춤형 인력 지원을 정착시킬 참이다. 또 도시농부와 구인 농가를 모니터링해 보다 효율적인 인력배치 매뉴얼을 만들 계획이다.

도는 19일 괴산군 청천면에서 도시농부 1만명 돌파 기념 현장 간담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김영환 지사가 도시농부와 농협충북본부, 청년 농업인 등과 도시농부 사업 발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수현 도 농업정책과장은 “농가들 사이에 도시농부에 대한 만족감이 구전되면서 사업이 일찍 자리를 잡았다”며 “ '충북형 도시농부'가 도농 상생과 더불어 귀농·귀촌을 유도하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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