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고 싼 배터리 소재 발굴" 삼성SDI, 민감한 시기 중국에 R&D 연구소 세운 까닭은

독일, 미국 이어 세 번째 해외 연구소 개소

삼성SDI R&D 연구소 현황.

지난해 유럽과 미국에 배터리 연구소를 세운 삼성SDI가 중국에도 배터리 연구소 문을 열었다. 일단 소규모 연구소를 꾸리고, 특화 기술 확보와 새로운 배터리 소재 발굴 등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국가 주도 성장을 이룬 중국 배터리 산업의 흐름을 꼼꼼히 살펴보고, 이를 적극 활용해 보겠다는 뜻이 담긴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1일 중국 상하이에 SDI R&D(연구개발) 차이나(SDIRC)를 열었다고 2일 밝혔다. SDIRC는 중국의 우수 대학·연구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연구소 내 배터리 소재검증 랩(연구실)을 구축해 새로운 기능성 소재와 가성비 좋은 소재 등의 발굴과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과 8월 각각 독일 뮌헨과 미국 보스턴에 연구소를 설립한 삼성SDI가 중국에 연구소를 차린 것은 글로벌 R&D 네트워크 구축과 함께 중국 내 특화 기술 및 업체 동향 파악 등을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2020년 '신에너지차 산업발전 계획' 등을 발표하며 정부 주도로 배터리 산업에 적극적으로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30개 넘는 대학에서 배터리 전문 인력을 키우고 여러 배터리 셀과 소재 업체, 연구기관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삼성SDI는 전했다. 이는 미국의 강력한 견제 속에서도 닝더스다이(CATL)나 비야디(BYD) 등 대형 배터리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이어가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소 개설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반도체 협력 등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뒤 나온 소식이라 더 눈길을 끈다. 특히 삼성SDI가 최근 중국이 앞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혀 관련 기술 연구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관계자는 "지역별로 특화된 배터리 공법·설비, 차세대 전지, 소재 기술 등 국가별 강점 기술을 좀 더 빨리 확보하기 위해 중국에도 연구소를 마련했다"며 "제조 시설 등과는 다른 성격의 소규모 연구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글로벌 R&D 연구소 설립은 지역별로 특화된 글로벌 기술 역량과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우수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삼성SDI만의 초격차 기술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