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 배상"... 쉰들러 손들어준 대법

입력
2023.03.3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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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계약으로 손실 입자 쉰들러 소송 제기
현정은 1심 승소→2심 "경영진 책임 인정" 패소
대법 "손실 가능성 검토했어야" 1700억 배상 확정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 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특별강연에 참석해 강연을 듣고 있다. 오대근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 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특별강연에 참석해 강연을 듣고 있다. 오대근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쉰들러그룹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 원을 배상하게 됐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단일 최대 주주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30일 쉰들러가 현 회장과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심은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 원을 지급하고, 한 전 대표도 이 중 190억 원을 함께 갚으라고 판결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1년 계열사인 현대상선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우려되자 경영권을 유지하려고 5개 금융사에 우호지분 매입을 대가로 연 5.4~7.5% 수익을 보장해 주는 파생상품을 계약했다. 그러나 계약 만기 당시 현대상선 주가가 하락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는 막대한 손실금을 물게 됐다.

이에 다국적 승강기그룹이자 당시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였던 쉰들러는 "현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이 현대엘리베이터에 수천억 원대 손해를 입혔다"며 7,000억 원대 규모의 주주대표소송을 냈다. 주주대표 소송은 주주가 회사를 대표해 회사에 손실을 입힌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하는 손해배상 소송이다. 쉰들러는 현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이 감시의무를 위반하고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파생상품 계약 체결이 적절한 수단이었다며 경영진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현 회장 등의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현 회장은 계약 체결 여부를 결의하는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현대엘리베이터 이사들이 현대엘리베이터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파생상품계약 체결을 의결하는 것을 막지 않는 등 감시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운업 불황에 따른 주가 하락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해 현 회장의 배상 책임을 전체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약 50%로 제한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제3자가 계열회사 주식을 취득하게 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이사는 소속 회사 입장에서 여러 사항을 검토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계열회사 주가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파생상품 계약 규모나 내용을 적절하게 조정해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이나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M&A를 시도한 사정은 인정되나, 쉰들러가 오로지 피고들을 압박해 사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소를 제기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쉰들러가 주주권을 남용했다는 현 회장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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