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처형에 생체실험… 北 잔혹한 인권 탄압 어디까지[북한인권보고서]

입력
2023.03.30 11:17
수정
2023.03.30 13:3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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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등 비인도적 처우 빈번하게 발생
18세 미만·임신부 대상으로도 사형 집행
남한 드라마 유포했다고 공개처형하기도
정치체계 비판 '말반동'은 행방불명 사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장소가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 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TV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장소가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 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TV 뉴시스


“총살 당일 남녀 수감자 모두를 교화소 마당에 모이게 했다. 나가 보니 정문 꼭대기에 사람 목에 밧줄을 묶어서 매달아 놨다. 모두 모이자 매단 수감자에게 총을 3발 쐈다. 그리고는 시체를 땅에 내려놓고 교화생들에게 돌을 하나씩 들고 시체를 향해 던지라고 했다.”

통일부가 30일 공개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 내용의 일부다. 탈북을 시도한 주민들의 자백을 강요하며 구타 등 고문이 일상적으로 자행됐고, 심지어 남한 영상물을 봤다는 이유로 공개처형까지 했다. 지적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동의 없는 생체실험이 실시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보고서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신문과정에서 고문 및 비인도적인 처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적시했다. 한 북한이탈주민은 2018년 탈북을 시도하다 단속돼 보위부에 구금됐는데, 월경 시도를 시인하지 않자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2014년에는 중국에서 임신 8개월 상태로 강제송환된 여성을 대상으로 분만유도제를 투입, 출산을 촉진한 뒤에 태어난 아기를 살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공개처형은 일상적으로 자행됐다. 성경 소지 등 종교행위를 이유로도 사형이 집행됐다. 한 증언자는 2019년 평양에서 비밀 지하교회를 운영했다는 혐의로 운영자 5명이 공개처형됐고 나머지 단원들은 관리소나 교화소로 보내졌다고 진술했다. 북한은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미신행위를 하는 자뿐만 아니라 단순히 미신행위를 보는 자도 처벌하며, 그 행위가 엄중할 경우 최고 사형까지 처할 수 있다’는 방침을 내려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고 한다. 2018년 청진시 공개처형에서는 18세 미만 청소년이 사형을 당했으며 2017년에는 임신 6개월 여성이 공개처형됐다. 북한 형법은 '미성년자 및 임신부에 대해서는 사형을 집행할 수 없다'고 규정했지만 무시됐다.

남한 제품을 판매하거나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도 사형이 집행됐다. 2018년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화장품 등 남한 제품을 몰래 판 사람들이 공개 총살됐고, 2017년 양강도에서는 한 남성이 남한 드라마를 시청하고 이를 유포한 행위로 공개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바로 총살됐다고 한다. 2020년 양강도에서는 한 남성이 중국에서 남한 영상물을 유입해 유포한 혐의로 공개총살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외에 마약 관련 범죄 및 성매매 등을 이유로도 공개처형이 빈번했다.

최고지도자나 당, 정치체계에 대해 말 또는 행동으로 비난하는 이른바 ‘말 반동’ 처벌도 끊이지 않았다. 2018년에는 한 도당 간부가 사적인 자리에서 김정은 정권에 대한 평가를 하자 주변인들이 이를 신고했고, 도당 간부는 가족과 함께 체포된 후 행방불명됐다. 함경남도에서는 노부부가 기르던 염소를 훔쳐간 군인들에 대해 ‘남한 괴뢰군보다 못한 놈들’이라고 말하자 다음 날 체포돼 정치범으로 관리소로 보내졌다. 언제든 자신들의 발언이 문제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주민들은 항상 두려움에 떨었다.

조현병 등 정신병을 앓고 있거나, 병원이나 관리소에 수용된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의사표현 능력이 부족한 이들을 실험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겠다’는 협박에 가족이 어쩔 수 없이 동의한 경우도 있다.

북한 인권 탄압 상징인 ‘정치범 수용소’는 총 11곳이며 현재까지 운용되는 것으로 보이는 곳은 평안남도 2곳과 함경북도 2곳, 함경남도 1곳 등 총 5곳으로 집계됐다. 수용자는 대부분 광산에 배치돼 강도 높은 노동을 했고 처형도 일상적으로 이뤄졌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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