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설'에 거듭 일축한 젤렌스키 "러시아는 악, 그들의 패배만이 전쟁 끝내"

입력
2023.03.30 07:29
수정
2023.03.3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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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주재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서
"러시아는 악, 악과 타협한 자유는 환상"
정상회의 선언도 "강력 동반관계 구축"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 러시아 접경지역인 북동부 수미주(州)에서 국경경비대 장교들과 함께 참호를 순찰하고 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처가 이날 공개했다. 수미=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 러시아 접경지역인 북동부 수미주(州)에서 국경경비대 장교들과 함께 참호를 순찰하고 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처가 이날 공개했다. 수미=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을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전쟁"이라면서 러시아의 '패배'만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글로벌 도전 세션에서 러시아가 허위 정보 유포, 선거 개입, 간첩 활동, 사이버 범죄, 에너지·식량 위기 조장 등으로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과 오래전부터 전쟁을 해 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휴전설'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악과 타협해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지워야 한다며 "민주주의의 적은 패배해야 하고, 오직 그것만이 민주주의를 위한 진정한 안보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불을 꺼야 하는 소방관이 소방차를 기다리거나 소화전을 짧은 거리에서만 쓰게 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주의의 수호자는 공격자를 물리칠 수 있는 모든 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서방이 약속했던 무기 지원이 늦어지는 데다 단거리용에만 집중되는 상황을 꼬집은 발언이다. AP통신이 이날 공개한 인터뷰 기사에서도 그는 "약속된 무기 중 일부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이 지원하기로 한 패트리어트 대공 미사일의 경우, 1월부터 우크라이나군이 시스템 훈련을 받았으나, 아직 실제 원조는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지금 당장 올해 승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의 독재자와 폭군이 그들의 범죄에 대해 책임지게 해야 한다며 "민주주의는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정신은 타협하는 것이지만 '악' 앞에서 그래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해당 세션을 주재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힘을 합치면 세계가 공통으로 직면한 도전에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민주주의 강화가 "시대적 과제"라며 민주주의 정상회의 등을 통한 노력 덕분에 "세계의 독재국가들이 약해지는 동안 민주주의 국가들은 강해졌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의 민주주의 강화에 6억9,000만 달러(약 9,000억 원)를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 참여한 120여 개국 중 70여 개국은 '민주주의 정상회의 선언'을 지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 국가는 선언문에서 "민주주의는 평화, 번영, 평등, 지속가능한 발전, 안보를 증진하기 위한 인류의 오랜 수단"이라며 "권위주의와 부패에 더 단호하게 대응하고 민주주의가 모두를 위한 평화, 안정, 번영을 제공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강력한 동반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선언문에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조건 없는 철수 등을 요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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