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퇴출 위협 비웃듯... 美 앱마켓 또 뚫어버린 중국산 앱

입력
2023.03.30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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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레몬8, 인기 순위 8위로 급부상
바이트댄스 영상편집 앱 캡컷도 인기
"3월 미 다운로드 1~4위가 중국산"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 애플리케이션 '레몬8'의 앱 화면.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사진형 SNS다. 앱스토어 캡처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 애플리케이션 '레몬8'의 앱 화면.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사진형 SNS다. 앱스토어 캡처


낯선 이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앱)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애플 앱스토어 상위권에 깜짝 등장했다. 그 이름은 '레몬8'.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사진 게시형 SNS다. 이 앱은 27일 앱스토어 무료 앱 순위 9위에 이름을 올리더니, 28일도 10위 안팎을 유지했다.

레몬8은 2020년 3월 첫 출시됐으나, 27일 전까지 3년간 200위권에도 든 적이 없었다. 미국 테크매체 테크크런치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앱의 극적인 순위 변화"라며 "미 의회가 틱톡의 이용 금지 또는 강제 매각을 추진하는 것에 대항해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다른 SNS를 미국 앱스토어 상위 차트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앱마켓 상위권 장악한 중국산 앱. 강준구 기자

미국 앱마켓 상위권 장악한 중국산 앱. 강준구 기자


이처럼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 바이트댄스의 기세는 미국 정부의 규제에도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틱톡을 규제하려 하자 또 다른 SNS를 하루아침에 앱마켓 상위권에 밀어 넣은 것이다. 테크업계에선 최근 틱톡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부쩍 레몬8 언급이 증가한 것으로 미뤄, 바이트댄스가 뒷광고(인플루언서가 광고 사실을 밝히지 않고 협찬을 받는 것) 등에 대한 지출을 늘려 순위를 밀어올린 것으로 본다.

바이트댄스가 만든 앱, 10위권 내에만 3개

미국 앱스토어 상위권에 올라 있는 바이트댄스의 앱은 레몬8뿐만이 아니다. 동영상 편집 앱인 '캡컷'은 지난해 5위권에 안착한 뒤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날 기준 7위인 틱톡보다도 순위가 높다. 데이터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캡컷을 내려받은 횟수는 약 4억 건으로, 이 가운데 7%가 미국에서 나왔다고 한다.

센서타워는 지난달 미국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에서 1~4위가 모두 중국 앱이었다고 밝혔다. 캡컷과 틱톡이 2, 3위였고, 미국 Z세대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초저가 쇼핑몰 테무와 쉬인이 각각 1, 4위를 차지했다. 정부 주도의 퇴출 움직임과 반대로, 미국 이용자들은 중국산 앱을 아마존이나 페이스북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업체 핀둬둬가 만든 초저가 쇼핑 플랫폼 테무가 3월 미국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했다고 센서타워가 밝혔다. 오른쪽 사진은 테무 앱 화면. 앱스토어 캡처

중국 업체 핀둬둬가 만든 초저가 쇼핑 플랫폼 테무가 3월 미국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했다고 센서타워가 밝혔다. 오른쪽 사진은 테무 앱 화면. 앱스토어 캡처


반짝 인기 아니었다... 중국산 앱 열풍 이유는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라던 틱톡이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한편 쇼핑·편집·SNS 등 다양한 중국산 앱이 차트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젠 미국 내 중국산 앱의 인기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산 앱 경쟁력이 미국산보다 우위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종종 간과되는 사실은 (중국 앱들이) 자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쳤다는 점"이라며 "방대한 인력을 지원받는 중국 기업들은 미국 진출에 아낌없이 지출하며, 중국 내 10억 인터넷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하고 최적화한 다음 수출한다"고 했다.

이는 앞으로도 새로운 중국산 앱이 미국 소비자들의 시선을 계속 사로잡을 것임을 시사한다. 미 의회가 틱톡을 끝내 퇴출하더라도, 더 치열하고 긴 싸움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미국 정부나 의회의 의도와 달리 미국 이용자들이 중국산 앱 퇴출에 대한 당위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현상도 발견된다. 틱톡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틱톡 규제에 반대하는 의미의 해시태그 '#savetiktok'(틱톡을 구하라)을 포함한 게시물은 미국에서만 1만3,000건 게시됐고 5,6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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