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일정 조율 실패 책임? 개각 앞두고 흔들기?... 김성한 안보실장 거취 분분

입력
2023.03.28 20: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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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대통령실 외교안보 수장인 김성한 안보실장의 교체설이 대통령실 주변에서 거론되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4월 말 미국 국빈 방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외교안보 비서관들에게 단행된 문책 인사가 안보실 수장인 김 실장에게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다만 대통령실이 곧바로 이를 전격 부인하면서 교체설이 흘러나온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분분하다.

28일 여권과 외교당국에 따르면, 김 실장 교체설의 시발은 최근 단행된 비서관 교체에서 비롯됐다. 앞서 김일범 의전비서관이 지난 16일 방일 직전 일신상 이유로, 이어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격무’를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하지만 미국 국빈 방문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정상회담 의제와 의전을 담당하는 주무 비서관이 바뀌는 것은 경질성 인사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최근 미국과 국빈방문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 제안이 누락되는 등 실수가 있었고, 그로 인해 대통령실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 측이 국빈 방문 기간 중 한국 가수와 미국 가수의 합동공연 등 문화교류 행사를 전격적으로 제안했지만 이 같은 보고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블랙핑크 소속사인 YG 측이 이날 국빈 만찬에서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 협연하는 안을 제안받았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소문은 설득력을 얻는 중이다.

결국 김 실장 교체설은 윤 대통령의 방미 일정 조율 과정에서 불거진 실책을 책임지는 차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실 사정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는 “교체설 진위에 대해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안보실장도 참모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에 인사는 결국 대통령께서 결정한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보안이 생명인 안보실과 윤 대통령의 일정을 사전에 공유받아 업무 대응을 해야 하는 대통령 비서실, 정부부처 간 갈등도 적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대통령실은 교체설에 대해 공식으로 부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을 열고 김 실장 교체와 관련한 일련의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른 기사”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통화에서 “사실 무근”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만약 실무선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워싱턴을 혼자 방문해 윤 대통령 방미 일정 전체와 정상회담 의제를 미국 측과 직접 조율한 김 실장을 교체한다는 게 과연 상식적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실장 거취와 관련해 상반된 관측이 나오면서 이번 교체설이 2기 내각 등 인적 개편을 겨냥한 성격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일종의 '흔들기'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여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방미 이후 박진 외교부 장관과 조태용 주미대사, 김 실장 등 외교안보 라인을 재조정할 수 있다는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 실장 교체설이 보도되기 전후로 외교당국이나 여권에선 개각이나 참모진 교체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 희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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