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공 1개 넓어지는 '로봇 심판', 고교야구에 뜬다

입력
2023.03.28 17:03
수정
2023.03.28 17: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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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28일 대전서 시연회
좌우 넓어지고, 높낮이도 살짝 낮아져
다음 달 신세계배 16강 도입 예정…입시비리 차단

로봇 심판이 올해 전국 고교야구에 도입된다. 사진은 2020년 8월 4일 경기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한화와 LG의 경기에서 주심이 로봇 심판의 판정 결과를 듣기 위해 이어폰과 허리 쪽에 음성 수신 장치를 착용한 모습. 연합뉴스

로봇 심판이 올해 전국 고교야구에 도입된다. 사진은 2020년 8월 4일 경기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한화와 LG의 경기에서 주심이 로봇 심판의 판정 결과를 듣기 위해 이어폰과 허리 쪽에 음성 수신 장치를 착용한 모습. 연합뉴스

올해부터 고교야구에 ‘로봇 심판(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시스템)’이 뜬다. 기계가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해 심판에게 전달하고, 심판이 이를 알리는 형태다. 로봇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은 기존에 설정된 것보다 좌우로 공 1개 정도 넓어지고, 높낮이는 조금 낮아지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2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전국 고교야구대회에 도입하기 위한 로봇 심판 시연회를 진행했다. 로봇 심판은 고정된 위치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투구한 공의 위치, 속도, 각도 등을 정확하게 측정한 다음 판정 결과를 주심에게 전달해 볼, 스트라이크 여부를 판정한다. 일관성 있는 판정과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되지 않아 선수, 심판 간 불필요한 갈등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이날 시연회에서는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재연하고, 160~190㎝에 이르는 다양한 신장의 고교 선수를 실제 경기와 같이 배치해 투구가 이뤄졌다. 이후 현장 지도자와 협회 심판진이 고교야구에 맞는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하고 원활한 시스템 도입을 위한 의견을 나눴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 지도자는 팀 투수 자원에 따라 살짝 의견이 달랐다고 한다. 오버핸드 투수가 많은 팀은 높은 쪽, 사이드암 투수가 많은 팀은 몸쪽과 낮은 쪽에 후하게 줘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의견 수렴을 거친 결과 스트라이크 존은 좌우로 공 1개 정도씩 넓히고, 높낮이는 아래쪽으로 살짝 낮아진다.

로봇 심판 시스템 운영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로봇 심판 시스템 운영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로봇 심판이 내린 판정은 이제 거의 심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2020년 프로야구 퓨처스리그(2군) 도입 당시에는 로봇 심판이 판독하고 주심에게 전달되기까지 2, 3초가량 지연됐지만 지금은 많이 개선됐다. 시연회를 지켜본 협회 관계자는 “공이 포수 미트에 들어오는 순간 거의 실시간으로 콜이 울린다”며 “인간이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로봇 심판 도입에 따라 스포츠 4대악인 입시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고 불공정한 심판 판정으로 발생하는 갈등과 논란을 최소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종훈 회장은 “야구 경기에서 공정한 심판 판정을 보장하는 건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로봇 심판 도입으로 경기에서 발생하는 논란을 최소화하고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로봇 심판은 빠르면 내달 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2023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16강전부터 투입된다. 다만 스트라이크 존 자체를 새로 설정하는 작업과 데이터를 수집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금 늦어져 8강전부터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협회 관계자는 “신세계 이마트배 대회 16강 8경기부터 로봇 심판을 투입해 최대한 논란 없이 진행하는 게 목표”라며 “봉황대기 등 주요 전국고교야구대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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