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찰, 방용훈 주거침입 수사 축소... 국가가 배상해야"

입력
2023.03.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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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배우자 故이미란씨 처형 부부에 2000만원 배상 판결
법원 "경찰이 방용훈에 각종 편의 제공" 수사 축소 인정

고(故) 방용훈 전 코리아나호텔 사장(왼쪽 사진), 경찰 로고. 연합뉴스·한국일보 자료사진

고(故) 방용훈 전 코리아나호텔 사장(왼쪽 사진), 경찰 로고. 연합뉴스·한국일보 자료사진

법원이 고(故) 방용훈 전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주거침입 사건을 경찰이 부실수사한 점을 인정해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 김도균)는 28일 방 전 사장의 전 부인인 고(故) 이미란씨 유족이 낸 국가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방 전 사장 처형 부부에게 각 1,000만 원씩 총 2,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미란씨는 2016년 9월 유서를 남기고 서울 한강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 유족은 방 전 사장의 두 자녀가 이씨를 학대한 정황이 있다며 고소했고, 방 전 사장은 아들과 함께 처형 집에 침입해 난동을 부린 혐의(주거침입 및 재물손괴)로 추가 입건됐다. 경찰은 그러나 방 전 사장 등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주거침입 사건은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다. 어머니 이씨를 학대한 혐의를 받은 두 자녀는 2019년 강요죄로 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이와 관련 숨진 이씨의 유족인 처형이 주거침입 사건에 대해 항고했고 재수사가 이뤄진 끝에 방 전 사장 부자는 2017년 벌금형을 받았다. 이에 이씨의 모친과 언니, 형부는 수사기관이 사건을 은폐·축소했다며 2021년 6월 정부에 위자료 7억 원을 청구하는 국가배상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이날 경찰의 부실수사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이 방용훈을 조사하면서 각종 편의를 제공했고, 다른 경찰관은 방용훈의 피의자 신문에 참여하지 않고도 참여한 것처럼 허위로 조서에 날인하고 기재해 공문서를 위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들은 수사기관이 실체적 진실을 밝혀줄 것을 기대하고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제출했으나 경찰은 객관적 증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방 전 사장 등의 진술을 토대로만 조사해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며 "간과할 수 없는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은 재기수사로 약식명령이 이뤄질 때까지 진상규명이 지연됐고, 피해자들은 이 과정에서 정신적 고통을 받았던 것으로 인정돼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가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씨 자녀들의 학대 행위에 공동존속상해죄가 아닌 강요죄를 적용한 검찰 처분은 위법이라고 보기엔 부족하다고 봤다.

앞서 피의자 신문 조서를 위조했던 경찰관은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방 전 사장을 조사하면서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며 "그 동기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우나 경찰공무원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위였음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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