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곧 정원"…미리 가본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입력
2023.03.29 04:30
19면
구독

형형색색 꽃단장 마친 국가정원
아스팔트 도로 그린아일랜드로
축구장 12개 면적 '오천그린광장'
"새로운 도시 이정표 세우겠다"

전남 순천만 국가정원 전경. 순천시 제공

전남 순천만 국가정원 전경. 순천시 제공

"정원을 품은 도시가 아닙니다. 도시가 정원입니다."

지난 2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오천동 순천만국가정원. 순천 도심을 관통하는 동천을 따라 걷다 보면 도심 한복판에 광활한 잔디광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 푸른 잔디를 입힌 초록광장이, 동천 물길이 닿는 곳에는 사색의 공간이 자리 잡았다. 기후 위기와 지방 위기 시대 미래도시의 표준을 제시할 '2023순천국제정원박람회'가 다음 달 1일 개막한다. 미리 찾아가 본 순천만국가정원은 “도시가 곧 정원”이라는 노관규 순천시장 언급을 증명하는 듯했다.

전남 순천시 오천동 순천만국가정원 내 박람회 표지석. 순천= 김진영 기자

전남 순천시 오천동 순천만국가정원 내 박람회 표지석. 순천= 김진영 기자


과거에서 미래까지 형형색색 봄꽃 수놓은 국가정원

27일 전남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는 국가정원에 형형색색 봄꽃이 만개해 있다. 순천= 김진영 기자

27일 전남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는 국가정원에 형형색색 봄꽃이 만개해 있다. 순천= 김진영 기자

국가정원 동문을 통해 들어서자 생명의 기운이 넘실거리는 사계절 푸른 잔디밭과 형형색색 봄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국가정원은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다. 봄에는 팬지, 샐비어, 아네모네가 봄 소식을 알리고 여름에는 장미, 나팔꽃이 달콤한 향기를 뿜어낸다. 가을엔 국화, 코스모스 등이 결실의 계절을 알린다. 박람회 조직위 관계자는 “순천만국가정원은 총 3,500만 송이의 다양한 꽃이 계절별로 피고 지면서 장관을 이룬다”고 말했다. 500m에 이르는 잔디밭에는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키즈가든'이 마련됐다. 키즈가든을 지나면 성장부터 황혼까지 인생의 여정을 형상화한 노을 정원이 관람객을 반긴다. 인생을 반추하며 사색을 통해 쉼과 휴식을 얻는 정원이다.

정상 부근에는 나무 전망대가 있어 정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애기궁뎅이’로 불리는 두 봉우리 사이로 붉게 지는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파노라마가 연출되는 공간이다. 잔디·꽃밭 사이로는 모래 위를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어싱길'이 조성돼 있고, 그 옆으로는 개울물이 흘러 정원의 고즈넉함을 더한다. 노을 정원에서 순천 도심을 형상화한 호수정원을 지나면 23m 높이의 흰색 유리온실이 나타난다. 봉화산, 해룡산, 인제산과 동천, 이사천 등 순천의 삼산이수를 담은 입체 식물정원이다. 국가정원식물원에는 작목류, 지엽류 식물 494종 6,639주가 뿌리내렸다. 15m 높이의 생명의 폭포에서 물이 쏟아지고 전망이 좋은 카페도 자리하고 있다. 입체적 관람이 가능하도록 스카이워크가 설치됐다.

국가정원식물원 옆 나선형 덱을 따라 걷다 보면 지하 6m 깊이에 숨겨진 시크릿 가든을 볼 수 있다. 식물극장은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식물의 성장 과정을 연출했고, 빙하 정원은 실제 혹한의 기후에서 자라는 다양한 식물과 환경을 체험할 수 있다. 햇빛 정원은 첨단 태양광 채광기술을 활용해 지하에서도 나무가 자라고 열매도 맺는 미래의 정원이다. 10년 전 정원박람회를 통해 심었던 나무들이 훌쩍 커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스팔트를 잔디로, 저류지를 호수로…도시를 품은 정원

동천을 따라 길이 1.03㎞에 사계절 잔디를 심어 조성된 그린아일랜드. 순천시 제공

동천을 따라 길이 1.03㎞에 사계절 잔디를 심어 조성된 그린아일랜드. 순천시 제공

순천 도심 쪽으로 도로를 건너면 그린아일랜드가 눈에 들어왔다. 국내 첫 도로 정원으로 동천을 따라 길이 1㎞에 사계절 잔디를 심었다. 그린아일랜드 옆 동천에는 순천역에서 순천만국가정원을 오가는 체험선 ‘정원드림호’가 정박하는 선착장이 있다. 동천 뱃길을 복원해 박람회장 호수정원과 동천테라스 사이 2.5㎞를 오가는 체험선을 하루 100회 운행한다.

국가정원 ‘꿈의 남문’에서 그린아일랜드를 따라 10여 분 걸으면 축구장 12개 면적에 달하는 오천그린광장의 웅장한 모습을 마주한다. 과거 농경지 지명 ‘오천’에서 이름을 딴 잔디광장은 본래 100년 빈도 홍수를 대비해 만들어진 저류지 시설이다. 평범한 빗물 저장소에 사계절 잔디가 깔리자 호수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이 광장에선 박람회 기간 매주 금·토요일 주제공연이 열린다. 높이 10m 오천언덕과 바닥분수, 1.2㎞ 길이를 자랑하는 가로수 길을 조성했다.


순천 시민 2,000여 명과 함께 정원박람회 성공 개최 응원.

순천 시민 2,000여 명과 함께 정원박람회 성공 개최 응원.


전국에서 '기대만발' 안전관리 이상 무(無) '성공예감'

31일 개막식에 이어 다음 달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정원에 삽니다' 주제로 열리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10년 만에 두 번째로 개최되는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 공인 박람회다. 2013년 1,157만㎡ 에서 이번엔 5,454만㎡로 규모가 4배가량 커졌다. 박람회 측은 정원 점등과 분수 연출 등 야간 경관도 준비했다. 전국 관람객 3만 명을 초대해 3회 이상 사전 준비를 마쳤다. 800만 관람객 유치를 목표로 동남아 등 외국인 관광객 10만 명 사전 예약과 기업과 지자체 160만 명 단체 관람객도 확보했다.

순천시는 이번 박람회를 전남 동부권 전체 '잔치'로 확장할 생각이다. 지역의 고유성을 살려 동력을 만들고 다른 도시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동시에 남해안벨트 허브도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전거를 타는 도시 계획을 수립해 나갈 것”이라며 “정원박람회를 통해 대한민국은 새로운 도시의 이정표를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천그린광장 야간 경관.

오천그린광장 야간 경관.


순천= 김진영 기자
순천= 박경우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