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4를 아시나요? 할리우드 품질보증마크 된 영화사

입력
2023.03.29 10: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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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오스카 7관왕 '에에올' 제작 배급
남우주연상 등 '더 웨일' 포함 9관왕
수작 잇단 선보여 '믿고 보는 영화사' 돼

지난 12일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키 호이 콴(남우조연상)과 량쯔충(여우주연상), 브렌던 프레이저(남우주연상), 제이미 리 커티스(여우조연상)가 트로피를 들고 함께 기뻐하고 있다. 이들이 출연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와 '더 웨일'은 할리우드 신흥 강자 A24가 제작하고 배급했다. 로스앤젤레스=EPA연합뉴스

지난 12일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키 호이 콴(남우조연상)과 량쯔충(여우주연상), 브렌던 프레이저(남우주연상), 제이미 리 커티스(여우조연상)가 트로피를 들고 함께 기뻐하고 있다. 이들이 출연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와 '더 웨일'은 할리우드 신흥 강자 A24가 제작하고 배급했다. 로스앤젤레스=EPA연합뉴스

“감사해요, A24.”

배우 량쯔충(楊紫瓊)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후 밝힌 소감이다. 감독과 동료 배우, 가족을 언급하는 수상 소감은 흔하나 영화사에까지 고마움을 표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A24가 어떤 영화사이고, 량쯔충의 수상에 어떤 역할을 했기에 저런 감사 말이 나왔을까.

A24는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화사다. 올해 아카데미상에서만 9개 상을 휩쓸었다. A24가 제작하고 배급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에올)’는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ㆍ녀조연상 등 노른자위 상을 포함해 7개 상을 가져갔다. 또 다른 제작ㆍ배급작 ‘더 웨일’은 남우주연상과 분장상을 차지했다. 한 영화사가 오스카 주요 6개 상(작품상과 감독상, 남녀주연상, 남녀조연상) 모두를 손에 넣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A24는 영화 6편으로 18개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A24의 위상과 위세를 확인한 무대였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다중 우주를 오가는 복잡한 이야기 구조에도 높은 완성도로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다중 우주를 오가는 복잡한 이야기 구조에도 높은 완성도로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

A24의 역사는 길지 않다. 2012년 설립돼 2013년 첫 영화를 배급했다. 영화사 이름은 설립자 대니얼 카츠가 회사를 만들겠다고 결심했을 때 주행 중이던 이탈리아 A24 도로에서 따왔다. A24는 ‘스프링 브레이커스’(2012)와 ‘엑스 마키나’(2014) 등 개성과 완성도를 갖춘 영화를 제작ㆍ배급하면서 입지를 다져갔다. 도약대가 된 영화는 ‘룸’(2015)이다. 브리 라슨이 이 영화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A24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A24는 ‘문라이트’(2016)로 오스카 작품상을 처음 거머쥐며 할리우드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A24가 지금까지 획득한 오스카 트로피는 16개다.

한국과 인연이 있기도 하다. A24는 윤여정에게 국내 첫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영화 ‘미나리’를 배급했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는 미국 드라마 ‘동조자’의 공동 제작사이기도 하다.

A24는 한국에서 다양성 영화로 분류되는 작품들을 주로 제작ㆍ배급한다. 대런 애로노프스키, 노아 바움백, 그레타 거윅, 요르고스 란티모스, 소피아 코폴라 등 작가주의 감독과 협업해 왔다. 영화의 본질을 중시하는 영화사라는 평이 따르는 이유다. 아리 에스터 감독의 ‘유전’(2018)과 ‘미드소마’(2019)를 제작ㆍ배급한 뒤 공포 영화 명가라는 수식이 붙기도 했다.

한물간 배우 취급을 받았던 브렌던 프레이저는 '더 웨일'에서 292㎏ 초고도비만 환자 찰리를 연기해 생애 첫 오스카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한물간 배우 취급을 받았던 브렌던 프레이저는 '더 웨일'에서 292㎏ 초고도비만 환자 찰리를 연기해 생애 첫 오스카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A24의 제작 기조는 ‘에에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주연 량쯔충과 조연 키 호이 콴, 제이미 리 커티스는 전성기와는 거리가 먼 배우들이었다. 콴은 특히 20년 가까이 연기를 하지 못했다. ‘더 웨일’의 주연 브렌던 프레이저 역시 퇴물 취급받은 중년 배우였다. “올바른 캐스팅에 초점”(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을 맞춘 결과는 오스카 수상으로 이어졌다. 다중 우주를 배경으로 한 복잡한 이야기 구조의 ‘에에올’ 제작을 결정하고, 신진 감독 대니얼 콴과 대니얼 쉐이너트에게 메가폰을 쥐어준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A24는 색깔 뚜렷한 수작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국내 영화팬 사이에서 ‘믿고 보는 영화사’로 자리 잡았다. 수입사는 ‘A24 영화’를 강조해 영화를 알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더 웨일’의 수입사 그린나래미디어의 임진희 마케팅실장은 “A24는 다양성 영화 관객층의 호응도가 높은 편으로 특히 젊은 세대에서는 힙한 영화사로 확실히 인지되고 있다”며 “믿을 수 있는 신선한 작품을 내놓고 있어 수입사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곳”이라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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