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온두라스, 대만 버리고 중국과 수교..."차이나 머니로 대만 고립 작전"

입력
2023.03.26 18: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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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두라스, 대만과 단교 동시에 중국과 수교
대만의 재정 지원 거부가 직접적 원인인 듯

에두아르도 엔리케 레이나(왼쪽) 온두라스 외무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양국 수교 기념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온두라스 외무부는 80년 이상 유지해온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수교한다고 발표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에두아르도 엔리케 레이나(왼쪽) 온두라스 외무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양국 수교 기념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온두라스 외무부는 80년 이상 유지해온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수교한다고 발표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이번 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양안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80년 넘게 대만과 외교 관계를 유지해온 온두라스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국제사회에서 대만을 고립시키려는 중국 압박 외교의 일환이다. 대만은 중국이 온두라스를 돈으로 포섭했다고 비난하며 "대만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만 "온두라스가 원한 것은 돈"

중국 중앙(CC)TV에 따르면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에두아르도 엔리케 레이나 온두라스 외무장관은 26일 베이징에서 회담한 뒤 수교 사실을 발표했다. 양국 정부는 성명에서 "온두라스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모든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한다. 대만과는 공식적 관계를 맺지 않고 왕래하지 않기로 했다"고 적시했다.

이로써 온두라스와 대만은 1941년 수교 이후 82년 만에 외교 관계를 종료했다.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차이 총통의 2016년 집권 이후 대만을 버리고 중국과 수교한 국가는 9개국으로 늘었다. 대만의 정식 수교국은 벨리즈, 과테말라, 아이티, 투발루, 바티칸(교황청) 등 13개국으로 줄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 외신을 종합하면, 온두라스는 최근 대만과 중국에 재정 지원을 각각 요구했다. 대만에는 24억5,000만 달러(약 3조1,00억 원)를, 중국에는 60억 달러(약 7조8,000억 원)의 청구서를 내밀었다. 중남미 최빈국에 속하는 온두라스는 1,000만 인구의 74%가 유엔이 정한 빈곤선 아래에서 산다.

대만은 재정 지원 요구를 거절했고, 중국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온두라스와 중국이 공개하진 않았으나, 중국이 원조를 약속하며 '대만과의 단교'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온두라스를 설득하려 했으나, 먹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자우셰 대만 외교부장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온두라스가 원한 것은 돈"이라며 "그들은 대만과 중국이 제공할 원조 프로그램의 가격을 비교해왔다"고 폭로했다. 이어 "온두라스는 중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면서 "대만은 중국의 압력과 강요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차이잉원 미국행·마잉주는 중국행...긴장 고조

온두라스의 단교 발표는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 직전 이뤄졌다. 29일부터 열흘간의 일정으로 미국, 과테말라, 벨리즈를 방문하는 그는 미국 의전서열 3위이자 미 의회의 대표적 반중국 인사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데 이어 약 7개월 만에 중국이 신경을 곤두세울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맞불 격으로 대만의 친중 계열 정치인인 마잉주 전 총통은 27일부터 중국 방문 일정을 시작한다. 전·현직 총통이 비슷한 시기에 각각 친미 행보와 친중 행보에 나서는 것으로,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 펼쳐지는 셈이다.

한편 중국은 27일부터 사흘간 남중국해 일대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 해군 구축함이 23, 24일 시사군도에 진입한 데 따른 시위로 풀이된다.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는 "미국이 도발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심각한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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