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무기한 구금' 헌법불합치 "과도한 신체 자유 제한"

입력
2023.03.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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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재판관 6대3으로 5년 만에 판단 뒤집어
인권위 "이주 구금제도 큰 획 긋는 결정" 환영

경기 화성시 외국인보호소 간판. 화성=최은서 기자

경기 화성시 외국인보호소 간판. 화성=최은서 기자

헌법재판소가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의 보호소 무기한 수용을 허용한 출입국관리법 조항이 과도하게 신체의 자유를 제한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같은 사안에 대해 2018년 2월 내린 결정을 5년 만에 뒤집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출입국관리법 63조 1항을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판단 대상 조항은 '출입국·외국인 관서의 장은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자를 여권 미소지 내지 교통편 미확보 등을 이유로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헌법불합치는 심판 대상 법률이 헌법에 반하지만 곧장 무효로 하면 법의 공백이 생길 수 있어 한시적으로 법의 효력을 유지하는 결정이다. 헌재는 개정일을 2025년 5월 31일까지로 정했다.

이집트 출신 A씨는 17세이던 2018년 7월 자국의 살해 협박을 피해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난민 인정을 해달라고 신청했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강제퇴거명령을 받았고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성인들과 함께 수용돼 한 달간 구금됐다.

헌재는 이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재판관 다수(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는 "단지 효율적 강제퇴거명령 집행을 위한 행정 목적으로 기간 제한이 없는 보호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행정 편의성과 획일성만을 강조한 것으로 피보호자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 조항의 '보호'는 체포 내지 구속에 준하기에 출입국관리법상 보호의 개시 또는 연장 단계에서 집행기관으로부터 독립되고 중립적인 기관에 의한 통제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도 더했다. 아울러 적법절차 원칙 위반이라는 판단도 나왔다. 보호명령 전에 당사자에게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중요한 절차적 기회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선애 재판관은 별도 의견에서 "이 조항은 행정 편의성과 획일성만을 강조해 기간 제한 없이 보호하는 자체로 피보호자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했다.

반면, 재판관 3인(이은애·이종석·이영진)은 이 조항이 합헌이라며 소수 의견을 냈다. 이들은 "보호 기간에 상한을 두진 않지만 보호가 필요한 최소 한도의 기간에만 이뤄질 수 있게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며 "상한을 설정하면 불법체류 외국인의 급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국내 이주 구금 제도의 큰 획을 긋는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헌재 결정을 환영했다. 인권위는 "구금 이외의 대안이 모색되기를 기대한다"며 "국회와 법무부가 헌재 결정 취지와 입법 개선 시한에 맞춰 구체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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