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건설 노동자에 '보디캠' 달아 공사 현장 찍는다

입력
2023.03.23 18: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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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부터 시범 사업
노동자 인권 침해 우려
시 "화장실, 식사 때 제외"

김성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이 23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동영상 기록관리를 통한 건설 현장 안전·품질관리 혁신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김성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이 23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동영상 기록관리를 통한 건설 현장 안전·품질관리 혁신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가 건설 현장의 모든 시공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한다.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빨리 파악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부터 공사비 100억 원 이상 공공 공사 현장 74곳의 시공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 시범 촬영하고 있다"며 "1년간 시범 사업 후 효과를 분석해 100억 원 미만 공공 공사와 민간 공사로 확대할 방침이다"라고 23일 밝혔다. 시공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서울시가 처음이다.

시에 따르면 동영상 촬영은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이뤄진다. 먼저 고정형 폐쇄회로(CC)TV와 드론을 활용해 공사 현장 전체를 촬영하고 구조물이 완성되는 전체 과정도 찍는다. 이어 고성능 촬영장비를 이용해 자재 반입부터 콘크리트 타설과 상수도 부설 등 시공 후 확인이 불가한 작업과 검측까지 전 과정을 세세히 촬영한다. 마지막으로 건설 노동자의 몸에 카메라(보디캠)를 부착해 작업 과정과 움직임을 기록해 안전사고 발생 시 증빙 자료로 활용한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 사고 재해자 수는 3만1,245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성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최근 10년간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건설 업종에서 도면과 사진만으로는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컸다"며 "동영상 기록이 사고 원인을 밝히고, 부실시공을 막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시에 따르면 2019년 7월 서초구 잠원동 철거 현장 붕괴사고 당시 지나가는 차의 블랙박스 영상으로 건물이 전도돼 무너진 것을 확인했다.

서울시 건설 현장 노동자 보디캠 착용 예시. 서울시 제공

서울시 건설 현장 노동자 보디캠 착용 예시. 서울시 제공

다만 보디캠 촬영이 현장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김 본부장은 "노동자에게 촬영동의서를 받은 뒤 화장실이나 식사 등을 제외하고 작업 중에만 촬영할 것"이라며 "공사 현장 안전과 환경 개선을 위해 부득이 촬영하는 점에 대해 노동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건설 현장 동영상 기록관리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긴 '서울시 공사계약 특수조건'을 지난 6일 개정했다. 또 현행 건축법상 다중이용 건축물과 특수구조 건축물, 3층 이상 필로티 형식 건축물 등 제한적으로 진행되는 사진 및 동영상 촬영 대상을 모든 건축물로 확대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에 법 개정을 건의했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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