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7000만원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 건보 적용 '청신호'

입력
2023.03.23 18:09
수정
2023.03.23 18:1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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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암질심, '1차 치료' 급여기준 설정
2019년부터 다섯 번 신청 끝에 첫 관문 통과
약평위 심의, 건보공단 약값 협상 등 남아

국민동의청원에서 지난달 27일 동의 기준 5만 명을 충족한 타그리소 1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청원. 국회 홈페이지 캡처

국민동의청원에서 지난달 27일 동의 기준 5만 명을 충족한 타그리소 1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청원. 국회 홈페이지 캡처

폐암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약값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3세대 표적항암제 '타그리소' 1차 치료제가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 이후 절차가 남아 있지만 타그리소 2차 치료제 건보 적용 이후 약 5년 만에 1차 치료제도 건보 체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전날 열린 2023년 제2차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에 대해 '1차 치료 급여기준 설정'을 결정했다. 암 전문가들이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로 인한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타그리소는 2018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승인했고 현재 1차 치료 뒤 효과가 없을 때 쓰는 2차 치료제에만 건보가 적용되고 있다. 2차 치료제로 복용하면 본인부담금이 5%이지만 1차 치료제는 월 6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우리와 달리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등 세계 60여 국가는 1차 치료제에도 보험 급여를 적용 중이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1차 치료 급여를 2021년 11월까지 네 차례 심평원에 신청했지만 번번이 첫 단계인 암질환심의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다섯 번째 신청해 심의위원회를 통과한 것이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3세대 표적항암제 타그리소.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제공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3세대 표적항암제 타그리소.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제공

본인 부담으로 타그리소를 복용 중인 국내 폐암 환자는 수백 명 정도이고 약값이 비싸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는 환자는 그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환우 커뮤니티에는 몇 알이라도 구해 보려는 환자들과 제네릭(복제약)을 수소문하는 환자 가족의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이에 폐암 환자 김모씨는 지난달 6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타그리소 1차 치료 급여 관련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이 청원은 같은 달 27일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다.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건보 적용까지는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심의,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의 약가 협상,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심사를 거쳐야 한다. 제약사가 약값을 낮추면 건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 1차 치료 급여 적용 가능성은 높아진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심평원의 자료 제출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중이고 약값과 관련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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