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기 두꺼비 '로드킬' 수난…광양 3년 동안 연 400마리 죽었다

입력
2023.03.24 04:30
수정
2023.03.24 10:06
20면
구독

지자체 순찰에 생태통로 만들고 실태조사
생태계 지표종 두꺼비 로드킬 방지 골머리

지난 7일 오후 대구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에서 수성구청 직원과 자연보호대구시협의회 자원봉사자들이 두꺼비 로드킬 방지 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인 망월지에는 매년 2, 3월쯤 두꺼비 수천여 마리가 욱수골에서 내려와 알을 낳고 있다. 대구= 뉴시스

지난 7일 오후 대구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에서 수성구청 직원과 자연보호대구시협의회 자원봉사자들이 두꺼비 로드킬 방지 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인 망월지에는 매년 2, 3월쯤 두꺼비 수천여 마리가 욱수골에서 내려와 알을 낳고 있다. 대구= 뉴시스

산란과 이동 시기를 맞은 두꺼비 로드킬을 막기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생태계의 환경지표종으로서 두꺼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매년 로드킬을 당하는 두꺼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는 남부지방의 극심한 봄가뭄으로 양서류인 두꺼비 생태 변화가 예상된다.

비평저수지서 연평균 400마리 로드킬

전국 최대 두꺼비 서식지인 망월지를 끼고 있는 대구 수성구는 지난달부터 로드킬이 발생하는 덕원고와 욱수골 공영주차장 사이 200m 구간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직원들이 2인 1조로 순찰에 나서고 있다. 이동경로에 길이 230m, 높이 40~50㎝인 그물펜스를 설치했고, 인근 폐쇄회로(CC)TV 12대를 활용해 두꺼비 생태를 관찰하고 있다.

수성구 관계자는 23일 "두꺼비는 주로 야간에 이동하고 바닥에 엎드려 있기 때문에 차량 운전자들이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로드킬을 최대한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체 두꺼비는 보통 2월 중순부터 보름가량 망월지에서 산란한 뒤 바로 산으로 돌아간다. 망월지에서 부활한 새끼 두꺼비는 45일 후인 5월부터 산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두꺼비들이 로드킬을 당한다.

지난해 7월 수성구의 ‘망월지 두꺼비 산란 및 서식환경 정밀조사 용역’ 결과 망월지 인근 두꺼비 개체수는 2020년 1,644마리에서 2021년 921마리로 줄었고 지난해 1,594마리로 다소 회복됐다.

전남녹색연합이 전남 광양 비평저수지에서 모니터링한 두꺼비. 전남녹색연합 제공

전남녹색연합이 전남 광양 비평저수지에서 모니터링한 두꺼비. 전남녹색연합 제공

전남 광양에서도 최근 3년 동안 섬진강 일대 861번 지방도를 중심으로 있는 비평저수지 등을 오가면서 산란기 등에 로드킬을 당한 두꺼비가 해마다 400마리에 육박한다. 전남녹색연합이 조사한 ‘광양 비평저수지 성체 두꺼비 산란 이동 및 로드킬 현황’에 따르면, 올해 두꺼비 산란기는 지난해보다 10여 일 빠른 지난달 초부터 시작됐다. 이에 전남녹색연합과 광양시청, 지역주민들은 지난달 10일부터 최근까지 두꺼비 구조에 나섰다. 특히 올해는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봄가뭄이 심해 습기에 민감한 양서류인 두꺼비들의 서식 환경이 더 악화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박수완 전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인간들의 생산활동으로 1970년대에 비해 지구 생태계의 58%의 생물종이 사라졌다”며 “양서류 로드킬 문제 해결을 위해 환경부나 지자체가 생태통로 조성과 더불어 사후 관리에 나서고 장단점을 파악해 시설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시는 2023년 환경부 생태계보전부담금 반환사업에 선정돼 국비 4억 원을 확보, ‘순천, 두꺼비 로드킬 방지를 위한 생태통로조성사업’을 진행한다. 용당동 업동호수공원 일원에 생태통로와 유도펜스를 설치해 로드킬로부터 두꺼비를 보호할 예정이다. 두꺼비 조형물과 생태홍보판 등을 설치해 생태학습공간도 조성할 계획이다.

청주 원흥이방죽 두꺼비생태공원 모범 사례

지난 22일 오후 부산 연제구 온천천의 두꺼비 산란지에 보호망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권경훈 기자

지난 22일 오후 부산 연제구 온천천의 두꺼비 산란지에 보호망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권경훈 기자

부산 연제구는 온천천에 조성된 연못이 두꺼비 산란지로 자리 잡으면서 로드킬을 막기 위한 연구용역을 시작했다. 온천천은 도심 하천으로 지역의 대표적인 산책 공간이다. 하지만 매년 4, 5월 사이 새끼 두꺼비들이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인근 차도까지 올라와 로드킬에 노출되는 상황이 반복되자, 생태환경조사를 통해 두꺼비 보호와 서식지 보존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새끼 두꺼비 개체 수 파악과 함께 무선 추적기(GPS)를 두꺼비에 달아 행동 권역을 분석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산란 장소인 연못 2곳에 그물 보호망을 치고 개체 수 파악 장치를 설치해 놓았다.

가장 바람직한 사례는 충북 청주시 산남동 원흥이방죽에 설치된 두꺼비생태공원이 꼽힌다. 2006년 전국 최초로 아파트 단지 안에 두꺼비 생태공원이 조성됐다. 공원 안에는 연못 2개가 있어, 인근 구룡산에 서식하는 두꺼비가 산란기에 원흥이방죽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두꺼비 길 4개가 놓여 있다.

송의근 국립생태원 전임연구원은 “최근에는 전북 전주와 전남 담양에서도 두꺼비 로드킬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역마다 개체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전국적으로 엄청나게 사례가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지역 환경에 맞춰 두꺼비 로드킬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지자체 차원에서 내야 한다"고 말했다.

광양= 박경우 기자
부산= 권경훈 기자
대구= 류수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