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던 조직까지 만들어 재취업… 퇴직공무원 '관피아' 여전

입력
2023.03.23 15:40
수정
2023.03.2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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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부처 퇴직 관료 재취업 승인율 83.5%
"취업제한 제도 유명무실… 재정비 필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관피아 실태 발표 및 공직자윤리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관피아 실태 발표 및 공직자윤리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년간 7개 정부부처 퇴직 공직자 재취업 승인율이 8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피아(관료+마피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취업제한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교육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해양수산부 등 7개 정부부처를 대상으로 한 '관피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4급 이상 공무원이나 감사·회계·인허가 등 특정 업무를 담당한 5급 이하 공무원 등이 재취업을 하려면 퇴직 전 5년간 근무한 부서와 취업 예정 기관 사이의 업무 관련성 등을 심사받아야 한다. 경실련은 2016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취업제한 심사 및 취업승인 심사를 받은 퇴직 공직자 430명의 승인 결과를 분석했다.

조사 결과 7개 부처 승인율은 평균 83.5%(430건 중 359건)에 달했다. 10명 중 8명은 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부처별로는 교육부(91%), 농식품부(89%), 행안부(86.6%), 법무부(85%), 환경부(82%), 노동부(80.4%), 해수부(72.8%) 순이었다. 경실련은 지난해 3월에도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 부처를 대상으로 같은 조사를 실시했으며, 당시 승인율도 82%에 달해 이번 조사 결과와 비슷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마련된 법과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법률 개정 등을 통해 새로운 조직을 만든 후 해당 조직에 재취업하기도 했다. 환경부 산하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의 경우 2020년 6월 개정된 자원재활용법에 근거해 이듬해 6월 출범했는데, 환경부 고위공무원인 A씨는 센터 출범 한 달 전 퇴직해 2개윌 뒤 초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심사기준도 허술하고 애매모호했다. 검사장이 같은 기간 저축은행 사외이사에 나란히 지원했는데, 한 명은 검사장 시절 이해관계가 있었다며 취업이 제한된 반면 다른 한 명은 업무 관련성이 있으나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다며 승인되는 등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매출액이 없는 신생 법인은 애초 심사대상 기관에 해당하지 않는 허점도 드러났다. 가상자산 투자 회사의 신생 계열사에 재취업한 기재부 전 차관과 대기업 신설 법인 부사장으로 이동한 산업부 전 실장 등이 대표 사례다.

경실련은 관피아 근절을 위해 △신생 기관 재취업 금지 명문화 △취업심사 대상 기관의 규모 재정비 △취업승인 예외 사유 구체화 △취업제한 여부 및 승인 심사기간 확대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명단, 회의록 및 심사결과 자료 공개 등을 촉구했다.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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