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부당 지원' 효성 사실상 무혐의… 머쓱해진 공정위

입력
2023.03.22 16: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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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기업 향한 효성 지원, 심의 종료
2년 조사 끝에 "위법성 판단 곤란" 결론
대기업에 면죄부 주는 공정위 비판도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뉴시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뉴시스

부실 계열사 진흥기업을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를 받던 효성 및 효성중공업(효성)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년 동안 효성의 부당 지원 여부를 파헤쳐 온 공정위로선 머쓱한 결론을 내놓은 셈이다. 이번 결정이 윤석열 정부 들어 강해진 공정위의 친기업 노선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공정위는 15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효성 및 효성중공업의 진흥기업에 대한 부당지원 사건 심의 절차를 종료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심의 절차 종료는 공정거래법 사건을 판결하는 전원회의(법원 1심 격)가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워 혐의를 확정할 수 없을 때 내리는 결론이다. 전원회의가 피조사기업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는 무혐의와는 다소 다르다. 다만 피조사기업 입장에선 공정위 제재를 피할 수 있어 사실상 무혐의와 비슷하다.

효성을 향한 공정위 조사는 2021년 4월 시작했다. 검찰 역할을 하는 공정위 심사관은 2012~2018년 효성이 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경영이 어려워진 진흥기업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효성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단독 수주가 힘든 진흥기업과 공동으로 건설 공사를 진행했다. 공정위 심사관은 총 27건의 공동 수주 가운데 9건에서 문제가 있다고 봤다. 공사를 책임지는 주간사인 효성이 지분율의 50% 이상을 진흥기업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기여도 대비 과다한 이익을 몰아줬다고 봤다. 또 효성이 2013년 하반기 루마니아 태양광발전소 설치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중간 하도급을 진흥기업에 맡기면서 이익을 챙겨줬다는 게 공정위 심사관의 결론이었다.

전원회의 생각은 공정위 심사관과 달랐다. 전원회의는 효성이 진흥기업 대신 다른 기업과 거래했다면 지분율을 어떻게 배분했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위법성 판단이 곤란하다"고 결론 내렸다. 효성이 진흥기업과 다른 기업을 차별 대우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재도 어렵다는 뜻이다.

이번 결정을 놓고 공정위가 대기업에 면죄부를 주면서 친기업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앞서 지정자료 제출을 누락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 미고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무혐의가 아니기에 면죄부를 주는 형태는 아니다"라며 "공정위는 사안별로 법원 판결 동향 등을 다 짚어가며 심의 과정에서 일관된 법 집행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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