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교육경비 집행 중단으로 도교육청과 갈등

입력
2023.03.22 15:30

박경귀 아산시장 “교육감 설정 교육사업 그대로 따르지 않을 것”
충남도의회 "깊은 유감" 아산시의회 천막농성 돌입
교육청, “교육재정안정화기금 일시적으로 늘어 적립" 집행해야

아산시의원들이 지난 7일 시청 광장에서 박경귀 시장의 교육경비지원 집행중단 결정을 반대하고 있다.

아산시의원들이 지난 7일 시청 광장에서 박경귀 시장의 교육경비지원 집행중단 결정을 반대하고 있다.

교육지원경비 예산 집행을 놓고 충남도교육청과 아산시가 갈등을 빚고 있다.

22일 충남도의회에 따르면 아산시는 지난달 박경귀 시장의 지시에 따라 총 9억 1,300만 원가량의 교육사업 관련 예산 삭감 방침을 아산교육지원청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도의회 교육위원회 위원들은 전잘 성명서를 통해 "교육에 관한 국민의 권리·의무는 헌법에 명시돼 있고, 그에 따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은 교육기본법·지방교육자치법 등에 명시돼 있다"며 "아산시가 요구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시의회가 심의·의결한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 기능을 파괴한 비상식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민을 대표하는 시의회와 소통하지 않는 것 또한 의회 권한과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주권자인 시민과 학부모들, 더 나아가 220만 충남 도민에게 실망만 안겨줄 뿐"이라고 강조했다.

교육위 위원들은 또 "아산시가 쌓여만 간다고 표현한 교육청 교육재정안정화기금은 일시적으로 늘어난 교부금을 한 해 동안 모두 집행할 수 없어 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위해 기금으로 적립하도록 도의회가 심의·의결한 것"이라며 "손바닥 뒤집듯이 중단한 예산을 조속히 집행할 것을 아산시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경귀 아산시장이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경비지원 집행 중단을 밝히고 있다.

박경귀 아산시장이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경비지원 집행 중단을 밝히고 있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 달 23일 충남시장·군수협의회에서 “우리는 교육의 본질적인 사업에 대해 모두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앞으로 시는 교육청이 지원했던 예산보다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해 ‘아산형 교육지원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후 박 시장은 "교육비는 국비로 투입돼야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보조 차원에서 지원해야 하지만, 아산시는 지역경제 어려움 속에서도 교육경비를 관행적으로 지원해 왔다"며 "이런 문제점을 깨닫고 제로베이스 차원에서 교육경비를 검토 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 시는 교육감이 설정해 놓은 교육사업의 모델을 그대로 따르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산 스스로 교육지원 사업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아산시의회는 같은 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시의회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교육경비예산 집행을 중단한 것은 시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반발했다. 이어 “박 시장의 독단적 행보에 실망과 분노를 표한다”며 무기한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아산시의회 김희영 의장은 “시가 제출해 심의 의결한 교육지원 경비 예산을 이제 와서 집행을 중단하는 것은 시의회 존재를 부정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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