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복수에 나선 30대 정치 금수저...태국 총선 관전 포인트

입력
2023.03.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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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태국서 가장 중요한 선거"
현재까지는 탁신 딸 패통탄 38.2%로 앞서
이겨도 '군부 장악' 상원 문턱 넘기 어려워

17일 태국 파툼타니주에서 시민들이 제1야당 프아타이당의 패통탄 친나왓 선거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 파툼타니=EPA 연합뉴스

17일 태국 파툼타니주에서 시민들이 제1야당 프아타이당의 패통탄 친나왓 선거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 파툼타니=EPA 연합뉴스

태국 총선의 막이 올랐다. 2020년 태국을 뒤흔든 반정부 시위 이후 열리는 첫 전국 단위 선거다. 정치 경력 17개월의,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딸 패통탄(36)이 총리 후보로 나서 '야당 바람'을 일으킬지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물론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쁘라윳 짠오차(69) 총리가 군부 대표로 나서 총리 3연임에 도전한다.

군부는 친나왓 전 총리를 몰아내고 정권을 잡았다. 패통탄이 승리한다면, '가문의 복수'에 성공하는 셈이다.

22일 태국 선거관리위원회는 5월 14일 총선을 앞두고 다음 달 3일부터 후보자 등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선거에선 하원의원 500명을 뽑는다. 하원은 상원(250명)과 함께 7월 말 총리를 선출한다.

2020년 청년들이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며 주도한 민주 시위 이후 첫 선거인 만큼, 개혁 민심이 표심에 반영될지 주목된다. 태국 언론인 와시니파브프라팝은 독일 도이체벨레에 “군부의 정치 권력 장악이 청년층의 환멸을 불러왔다”며 “젊은 세대는 이번 총선이 ‘시민 정부’를 만들 기회이자 발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코로나19의 여파와 급격한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방어하지 못해 민생경제는 엉망이 됐다. 정권심판 선거가 될 것이란 얘기다.

20일 태국 방콕에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방콕=AP 연합뉴스

20일 태국 방콕에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방콕=AP 연합뉴스

쁘라윳 총리가 보수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론조사 수치상으로는 전망이 밝지 않다. 최대 적수는 ‘패통탄 바람’이다. 패통탄은 쿠데타로 밀려나 해외 도피 중인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이다. 2021년 10월 정치를 시작한 이후 친나왓 가문의 후광으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태국 국가발전행정연구원(NIDA)이 이달 2~8일 실시해 1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패통탄을 앞세운 프아타이당의 지지율 38.2%를 기록해 쁘라윳 총리의 루엄타이쌍찻당(15.65%)을 앞섰다. 패통탄이 승리하면, 아버지(2001~2006년)와 고모 잉락(2011~2014년)에 이어 친나왓 가문이 배출하는 세 번째 총리가 된다.

다만 패통탄이 상원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군부는 2017년 헌법 개정으로 군부 지지 없이는 총리가 되기 어렵게 만들었다. 총리가 되려면 상원 표결을 거쳐야 하는데, 상원 250명을 군부가 임명했다.

프아타이당이 집권하려면 하원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거나 연합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군부가 다시 반란을 일으켜 선거 결과를 무효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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