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실대출' 확대 우려에… 충당금 적립률 '사상 최대'

입력
2023.03.22 14:30
수정
2023.03.2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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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손실흡수능력 쌓으라" 주문에
대손충당금 적립률 227.2% 껑충
저신용자 부실채권 규모도 커져

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ATM기. 뉴시스

지난달 21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ATM기. 뉴시스

작년 말 은행이 부실 대출을 대비하기 위해 쌓아둔 대손충당금의 적립률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은행에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요구한 데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로 은행의 부실채권비율도 소폭 상승했다.

금융감독원이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국내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227.2%로 전분기 말(223.9%) 대비 3.3%포인트 상승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보다 손실을 대비하기 위해 은행이 쌓아둔 금액이 두 배 이상 많단 뜻이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높을수록 은행 건전성이 좋다고 평가된다.

그간 당국은 은행에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요구해 왔다. 고금리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대출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미리 돈을 쌓아두라는 주문이었다. 금융당국은 올 1월에도 은행의 예상 손실에 비해 대손충당금·준비금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은행에 추가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을 위해 감독규정을 개정하고 있다. 이달 16일엔 은행의 손실흡수능력 강화를 위해 경기대응완충자본 및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을 검토하겠다고도 밝혔다.

실제 은행 부실채권 규모는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비율은 0.40%로, 전분기 말 대비 0.02%포인트 올랐다. 이는 2020년 3월 말 이후 11분기 만에 하락을 멈추고 상승 전환한 것이다. 부실채권 규모도 전분기 대비 4,000억 원이 늘어난 10조1,000억 원에 달했다.

부실채권 대부분은 기업여신(8조3,000억 원·82.3%)이 차지했지만 저신용자와 중소기업의 대출 부실이 두드러진다. 주로 저신용자가 이용하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신용카드 부실채권비율은 전분기 말 대비 0.08%포인트 상승한 0.91%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여신도 같은 기간 0.04%포인트 오른 0.53%를 기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전분기 말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아직 양호한 수준"이라면서도 "그간 감소했던 부실채권의 규모가 증가세로 전환하는 등 향후 기업·가계 취약 부문의 신용손실 확대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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