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동원하고 광고부터 노출"... 구매 후기·추천, 못 믿겠네

입력
2023.03.21 16:00
구독

건강식품업체·숙박 플랫폼 기만 행태
공정위·소비자원에 걸려 과징금·망신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체 한국생활건강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가짜로 쓰게 만든 거짓 제품 구매 후기.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체 한국생활건강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가짜로 쓰게 만든 거짓 제품 구매 후기.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포장도 꼼꼼하게 잘 돼 있고 먹기도 편하네요.” 2021년 2월 한 건강기능식품 소비자가 네이버 쇼핑몰에 올린 제품 구매 후기다. 재구매했다는 호평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했더니 업체가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조작한 가짜 글이었다.

지난해 10월 유명 국내 숙박 예약 플랫폼이 주말 두 사람이 머물 서울 강남 지역 디럭스룸을 찾는 이용자에게 소개한 숙소들은 ‘추천 순’으로 배열돼 있었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이 살펴봤더니 위에 올라온 것들은 광고 상품 일색이었다.

상당수 상품 구매가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면서 다른 소비자의 후기나 추천이 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 정보가 된 지 오래다. 이런 추세를 악용한 판매ㆍ중개 업체의 기만적 행태가 속속 적발되고 있다.

21일 공정위는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체인 한국생활건강 및 광고대행업체 감성닷컴을 상대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1억4,0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두 업체가 짜고 인터넷 플랫폼에 거짓 후기 광고를 게시, 표시ㆍ광고 공정화에 관한 법을 위반했다는 명목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생활건강은 2020년 4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감성닷컴이 운영하는 올댓아이템ㆍ플렉스온ㆍ모아모두팜 등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3곳에 자사 제품을 등록하고 2,708개의 가짜 후기를 올렸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이들이 제품이 없는 빈 박스를 받고 후기를 올리면 이들에게 건당 1,000~2,000원을 지급하는 수법을 썼다. 판매 제품은 아보카도오일과 코코넛오일, MCT오일, 크릴오일, 석류콜라겐, 타트체리, 초유단백질, 산양유단백질, 레몬밤, 타트체리 콜라겐 등 10종이었다.

문제는 오해 가능성이다. 공정위는 “해당 후기 광고는 실제 구매자가 아닌 아르바이트생들이 제품 실물을 확인하지도 않고 임의로 작성해 올린 것이어서 숫자와 내용 모두 거짓”이라며 “해당 제품이 다른 소비자 다수가 선택한 고품질 상품일 것이라고 일반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숙박 예약 플랫폼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소개하고 있는 광고 상품. 영어 약자 'AD'로 표시하고 노출 방식을 '추천 순'으로 밝혀 오해를 부른다. 한국소비자원 제공

국내 숙박 예약 플랫폼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소개하고 있는 광고 상품. 영어 약자 'AD'로 표시하고 노출 방식을 '추천 순'으로 밝혀 오해를 부른다. 한국소비자원 제공

이날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한 것은 여행 수요 확대와 함께 소비자 이용이 늘고 있는 숙박 플랫폼의 부적절 광고다. 광고 상품을 파는 야놀자ㆍ여기어때ㆍ부킹닷컴ㆍ아고다ㆍ호텔스닷컴 등 5개 국내외 숙박 플랫폼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광고 상품 표시 실태를 파악한 결과, 해외 사업자인 부킹닷컴ㆍ아고다ㆍ호텔스닷컴 등 3곳은 ‘광고’라는 한글 표기로 소개 의도를 투명하게 드러낸 반면 국내 업체인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광고 상품에 영어 약자인 ‘AD’를 표기하고 있었다.

특히 야놀자ㆍ여기어때는 숙박 상품의 기본 노출 방식이 ‘추천 순’이라고 밝혀 놓고는 광고 상품을 우선 노출하고 있었다고 소비자원은 지적했다. 사실 두 업체가 상위에 노출하는 상품은 압도적으로 광고가 많았다. 모텔은 두 업체 상위 노출 상품 각 200여 개 모두 광고였고, 펜션과 풀빌라의 경우 야놀자는 100%(210개 전부), 여기어때는 56.2%(210개 중 118개)가 광고였다. 소비자원은 “추천 기준을 명확히 설명해 소비자의 오인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세종= 권경성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