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가 언어 생태계에 던진 질문

입력
2023.03.23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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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OK의 탄생

미국 어원학자 앨런 리드는 동시대 언어의 규칙을 정리한 사전이 언어 진화의 족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publicdomainpictures.net

미국 어원학자 앨런 리드는 동시대 언어의 규칙을 정리한 사전이 언어 진화의 족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publicdomainpictures.net

영어 약어 ‘OK(Okay)’가 1839년 3월 23일 미국 ‘보스턴 모닝 포스트’란 매체에 처음 등장했다. ‘좋아, 괜찮아(all correct)’라는 관용적 표현을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의도적인 오기(oll korrect)에 따라 쓴 거였다. ‘우리끼리만 통하는 얘기’ 즉 세대의 은어로 은밀한 정체성을 공유하거나 재미로 말을 비틀고 줄이는 예는 지금도 흔하다. OK도 그런 예였다.

이견도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 촉토(Choctaw)족이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말끝마다 ‘오케(okeh, 그러하다란 뜻)’를 덧붙이던 습관에서 유래했다는 설, 프리미엄 럼주의 주요 수출항이던 아이티 항구 ‘오케이(Aux Cayes)’가 뿌리라는 설, 다 좋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올라 칼라(olla kalla)’가 어원이라는 설….

컬럼비아대 어원학자 앨런 리드(Allen W. Read)는 1830년대 청년문화에서 OK가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1940년대 사전 편찬 일을 거들던 그는 OK가 1840년대부터 널리 쓰인 점에 주목, 한 해 전 신문에서 저 기사를 확인했다. 마침 이듬해 당시 대통령 마틴 밴 뷰런의 재선 선거가 치러졌다. 뷰런 진영은 지지자 모임을 ‘OK 그룹’이라 명명, 캠페인에서 ‘say OK’를 연호했다. 그들의 OK는 뉴욕 킨더후크 토박이인 뷰런을 가리키는 ‘올드 킨더후크(Old Kinderhook)’의 약어이자 ‘oll korrect’의 OK였다. 뷰런은 낙선했지만, 구호는 살아남았다는 게 리드의 주장인 셈.

리드는 사전이 모국어의 자유로운 진화를 억제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학자였다. 그는 언어의 시대성, 사회성을 중시하며 언어에 관한 한 ‘올바른’이나 ‘순수한’ ‘궁극적인’ 등의 심판자적 수식어는 적절치 않다고 믿었다. 그 신념의 토대도 가장 성공적인 영어 단어 중 하나인 OK였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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