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화재 사망 모자, 쓰레기 묻혀 살았다... 노모는 '아사' 가능성도

입력
2023.03.14 10:40
수정
2023.03.14 11:1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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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부검 결과, 노모는 화재 수일 전 사망
5년간 사회적으로 고립된 채 생활한 듯
노모는 연금 30만원 아들은 무직
재산 때문에 기초수급자 포함 안 돼

지난 11일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된 경기 김포시 감정동 한 아파트 안에 쓰레기봉투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된 경기 김포시 감정동 한 아파트 안에 쓰레기봉투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경기 김포에서 화재로 숨진 80대 모친과 50대 아들은 쓰레기가 가득 찬 집에서 생활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발생 수일 전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모친은 아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김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김포 감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80대 여성 A씨와 50대 아들 B씨는 방 안에 쓰레기를 방치해두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했다. 30여 분 만에 화재를 진압한 소방당국은 A씨 모자의 시신과 함께 거실과 방 4곳에서 종량제 쓰레기 봉투와 배달음식 포장지 등을 발견했다. 화재에 즈음해 음식을 조리한 흔적은 찾지 못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1차 부검 결과, B씨의 사인은 연기 흡입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됐다. 특별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국과수는 A씨의 사인에 대해 "화재가 직접 원인은 아닌 것 같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경찰도 화재 수일 전 A씨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발견된 방에서 라이터가 발견돼, 담뱃불로 인한 방화인지 실화인지 계속 조사하고 있다”며 “A씨의 경우 그간의 생활흔적, 집 상태를 고려했을 때 아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2018년 남편이 사망한 뒤 B씨와 5년째 살았다. 평소 이웃과 교류가 거의 없었고, 다른 가족도 없어 사회적으로 고립된 생활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적 어려움도 겪었다. A씨는 남편이 남긴 저축과 A씨 앞으로 나오는 월 30만 원가량의 노령연금으로 5년 가까이 생활했다. 6·25전쟁 참전용사였던 남편 연금도 그가 숨진 뒤 끊겼다. B씨 역시 특별한 직업이 없었다. 하지만 A씨 모자는 해당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고, 남편이 남긴 재산도 있어 기초생활수급자에 포함되진 않았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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