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를 안 가도 돼요, 어쩌면…" 도요타 한국시장 부활 전략 통할까

입력
2023.03.14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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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새 SUV '라브4 PHEV' 시승기
효율성 잡고, 306마력 질주 쾌감도
한국에서 통할지 주목

도요타 라브4 PHEV. 한국도요타 제공

도요타 라브4 PHEV. 한국도요타 제공


서울에서 서울, 혹은 경기도에서 서울도 전기만으로 출퇴근이 가능하다. 다른 지역이더라도 웬만한 도시 내 출퇴근은 전기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불안하지 않다. 전기가 뚝 떨어져도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면 된다. 기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단점으로 꼽힌 짧은 전기 주행거리 단점을 '순수 전기 주행거리 63㎞'로 늘려 보완한 도요타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라브(RAV)4의 5세대 모델, 라브4 PHEV 얘기다.



전기만으로 출퇴근 가능, 주유하면 되니 불안도 없어

도요타 라브4 PHEV. 한국도요타 제공

도요타 라브4 PHEV. 한국도요타 제공



지난해 국내 수입차 판매 순위 9위(렉서스)와 11위(도요타)에 머무르며 '하이브리드 명가' 체면을 구겼던 한국도요타는 올해 국내 시장에서의 부활을 선언했다.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와 함께 올해 전통과 실용성을 앞세운 신차를 무려 8종(도요타 6종·렉서스 2종)이나 내놓는다고 한다. 도요타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순수전기차 출시가 더딘 편이었지만, 올해 순수전기차를 포함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선택 사항을 반영한 새 차들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늘려보겠다는 각오다.

그 첫 주자가 바로 라브4다. 지난달 국내에서 라브4를 처음 선보인 콘야마 마나부 한국도요타 사장은 이 차를 소개하면서 ‘하나의 자동차, 두 개의 대답’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라브4라는 차량 한 대로 두 가지를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의미인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차 운영 비용을 누리면서 전기차 충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이 차의 장점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송파구에서 경기 남양주시 한 카페까지 왕복 약 60㎞ 구간을 시승하면서 '두 가지의 대답'은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왕복 약 두 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5,570만 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은 준중형 수입 SUV의 실용성만큼은 압권이었다. 18.1킬로와트시(㎾h)의 리튬이온 배터리만으로 사실상 이 구간을 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출퇴근용으로만 차량을 이용한다면, 매일 밤 충전이 가능하다면, 사실상 전기차만으로도 이용 가능한 셈이다.



힘 있는 주행질감, 아쉬운 인테리어


도요타 라브4 PHEV 내부. 한국도요타 제공

도요타 라브4 PHEV 내부. 한국도요타 제공


SUV의 특성을 잘 살려 먼 거리 나들이를 가더라도 멈춰 설 걱정이나 충전소를 찾아 헤맬 걱정도 없다. 휘발유 주유를 하면 되기 때문이다. 라브4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L)당 15.6㎞다. 전비는 ㎾h당 4.2㎞인데, 남양주까지 왕복하는 동안 체감한 연비와 전비는 공인 연비를 넘어섰다.

에코·노멀·스포츠모드 외에 PHEV에만 특화된 네 가지 주행모드도 효율성을 더했다. 엔진 개입 없이 전기만으로 움직이는 'EV모드'를 비롯해, 배터리 충전량을 유지하면서 전기모터와 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HV모드', EV모드로 주행하면서 엔진 출력이 필요할 경우 엔진 힘을 쓸 수 있는 '오토 EV·HV모드' 등으로 연비와 주행질감을 조절할 수 있다. 엔진 구동력으로 배터리를 충전, EV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CHG 홀드모드'까지 활용 가능하다.

고속주행 시 느낄 수 있는 파워와 안정감도 장점이다. 2.5L 4기통 엔진에 강력한 모터까지 장착, 306마력으로 고속도로에서 묵직한 주행질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국내 출시 모델 최초로 넣은 '도요타 커넥트' 기능도 편리함을 준다. LG유플러스와 합작한 인공지능(AI) 기능으로 내비게이션 명령과 차내 온도 조절 등이 가능했다. 차량과 연동된 네이버 클로바를 통해 "아이유 노래 틀어줘"라고 요청하니 명곡 '라일락'이 단번에 울려 퍼졌다.

다만 최근 신차 구매 고객들의 주요 선택사항인 인테리어는 아쉬움을 남긴다. 운전석과 뒷좌석이 준중형 SUV치고는 넓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실용성에 무게를 둔 탓인지 시트를 비롯한 대부분의 인테리어에 특징이 없었다. 플라스틱 재질의 마감재와 수동 선루프 가리개 등은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 결심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고물가·고금리 시국, 도요타엔 기회가 될까

콘야마 마나부 한국도요타 사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렉서스 커넥트 투어에서 열린 2023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콘야마 마나부 한국도요타 사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렉서스 커넥트 투어에서 열린 2023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도요타가 국내 시장에 기대를 거는 건 '이만큼 합리적인 가격의 외제차는 없을 것'라는 자신감에서다. 콘야마 대표는 "도요타는 '멀티 패스웨이' 전략을 통해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수소연료전지차(FCEV), 전기차(BEV) 등 다양한 전동화 선택지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며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위한 매력적인 제품을 전달해 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전략은 연초부터 어느 정도 효과를 본 모습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렉서스 1,344대 도요타 695대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보다 각각 183%, 149% 증가한 수치로, 수입차 가운데 4위와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앞으로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고금리·고물가 시대에 적합한 효율성 높은 차량들로 승부를 보겠다는 게 이들 전략이다.

도요타는 라브4를 시작으로 △플래그십 세단 '크라운' 크로스오버 △대형 하이브리드 미니밴 '알파드' △준대형 SUV '하이랜더' △5세대 완전 변경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프리우스' △첫 순수전기차 bZ4X까지의 출시 계획을 밝혔다. 렉서스는 전기 SUV RZ와 두 번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RX의 완전 변경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에 밀리고, 럭셔리 수입차들에 치였던 일본산 차량들이 국내 시장에서 꺾일지, 부활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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