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에 2천만 원' 강남 최고급 산후조리원서 신생아 바이러스 집단감염

입력
2023.03.09 17:58
수정
2023.03.10 17: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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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3명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
지난달 28일 첫 감염… 3일 2명 추가 확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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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 이용료가 최대 2,000만 원대에 달하는 서울 강남구의 고급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들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집단감염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9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A산후조리원에 입소해 있던 신생아 12명 중 3명이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잇따라 RSV 확진 판정을 받았다. RSV는 급성호흡기감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성인은 감염되더라도 무증상이거나 가벼운 감기 증세만 보이지만, 영유아가 걸리면 중증화될 우려가 있는 4급 감염병이다. 이번에 감염된 신생아 3명도 감기 증세로 인근 대형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산후조리원 측은 첫 감염된 신생아가 확진 판정을 받고 이틀이 지나서야 이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5일 퇴소한 신생아가 사흘 뒤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산후조리원 측에 알리지 않은 탓이다. 같은 시기 입소해 있던 산모들을 통해 이달 2일 감염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기 증세를 보인 다른 신생아 2명이 추가로 검사를 받았고, 다음 날 양성으로 확인됐다.

역학조사와 현장조사 결과 모자보건법이나 감염병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관할 보건소는 잠복기를 감안해 신생아들과 접촉한 직원들에게 10일간의 근무 금지 조치를 내렸다. 강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해당 산후조리원에서) 감염 관리가 허술한 측면이 있었지만, RSV가 4급 전염병이어서 관리 규정이 1~3급에 비해 느슨해 위반한 사항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집단 감염과 별개로 지자체와 함께 전체 산후조리원을 대상으로 위생실태 및 감염관리상황에 대해 정기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3월 중 조사를 완료하고 감염예방 준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산후조리원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태료 부과 등 행정조치를 실시할 계획이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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