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성형외과 영상 유출로 재부상한 의료계-정부 수술실 CCTV 갈등

입력
2023.03.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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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개정돼 시행 앞둔 수술실 CCTV
의협 "불법 유출 현실화…원점서 재검토 필요"
복지부 "공공이익에 부합…법령에 안전장치"

2021년 6월 11일 인천 부평구 한 병원에서 보호자가 환자의 수술 장면을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로 실시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6월 11일 인천 부평구 한 병원에서 보호자가 환자의 수술 장면을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로 실시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 진료실에서 촬영된 인터넷 프로토콜(IP) 카메라 영상이 인터넷에 유출되면서 그 불똥이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 법안으로 옮겨붙고 있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성형외과 IP 카메라 영상 유출 파장이 커지자 그간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대해 온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의료법 개정으로 시행을 앞뒀지만 의협은 여전히 반대 입장이라 이번 유출 사건으로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협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환자 영상정보를 만드는 순간부터 유출의 위험성이 상존해 국민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에 지속적으로 강력히 반대했으나, 국회는 이를 입법화했다"며 "수술 장면 불법 유출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방안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은 2021년 8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9월 25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그러나 의협은 "IP 카메라가 아닌 CCTV를 설치하더라도 영상의 도난·분실·유출 등의 위험을 막을 수 없다"면서 원점에서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의협과 복지부가 지난해 4월부터 가동 중인 수술실 CCTV 설치 관련 협의체에서도 의견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관계자는 "IP 카메라가 아닌 의료기관 내에서만 사용하는 CCTV 영상도 누군가 얼마든지 빼낼 수 있지 않냐"며 "의협에서 이런 우려를 계속 제기했고 (이번 사건이 발생한 만큼) 앞으로 상세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와 관련해 의료법에 개인 정보나 사생활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이 이미 마련됐고,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 더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개정된 의료법에는 CCTV가 설치된 의료기관은 촬영한 영상정보가 분실되거나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저장장치를 분리하는 등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술실 CCTV 의무 법안이 입법될 당시 찬반 의견이 있었지만 논의를 거쳐 공공의 이익을 위해 법안이 통과됐다"며 "하위법령에 최대한 안전장치를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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