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분의 1은 괜찮나

입력
2023.03.06 16: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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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해법에 매인 동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코앞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달 28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농어민 단체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제주 노형동 일본국총영사관 앞에서 오염수 방류로 제주 바다가 죽는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은 상여 모형 상자를 들고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농어민 단체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제주 노형동 일본국총영사관 앞에서 오염수 방류로 제주 바다가 죽는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은 상여 모형 상자를 들고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곧 태평양에 흘려보낼 태세다. 방류 시설이 올봄 완공을 앞두고 있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후쿠시마 부흥을 위해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했다. 정부가 강제징용 해법에 매여 있는 사이 일본의 방류 여론전, 외교전이 달아오르는 걸 보는 국민들은 애가 탄다.

□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해양환경방사능 분석실을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해수, 해양생물, 해저퇴적물에 대해 월 1, 2회 방사능을 모니터링한다고 했는데, 사후 대책이다. 방사능 확산을 ‘예방’이 아니라 ‘확인’하는 것이다. 해양과학기술원과 원자력연구원은 일본 방류 계획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10년 뒤 국내 해역에 유입되는 삼중수소 농도가 현재 평균의 10만분의 1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침묵했다. 일부 전문가들 설명처럼 극미량이니까, 삼중수소는 자연에서도 만들어지니까 괜찮을 거라 해도 사과 한마디 없는 방류를 보고만 있어야 하나.

□ 일본은 방류 검증에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앞세운다. 우리 정부나 과학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IAEA는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연구와 개발, 활용을 장려하고 지원한다. 운영에 회원국의 기여금도 필요하다. 말이 기여금이지, 총회가 할당하는 의무분담금이다. 2021년 기준 일본의 분담금 비중(8.32%)은 미국(25.25%), 중국(11.15%) 다음으로 높다. 한국(2.18%)의 약 4배다. IAEA가 중립적일 수 있을까.

□ 오염수 속 방사성 물질이 얼마만큼 퍼질지, 얼마나 위험할지 예측은 조건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방류가 과학적으로 문제없다는 도쿄전력도 IAEA도 과학의 이런 한계를 모를 리 없다. 과학철학자 케빈 엘리엇은 저서 ‘과학에서 가치란 무엇인가’에 "과학은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고 결정을 내릴 때 출발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보의 원천이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많은 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썼다. 오염수 해법 묘수는 없나.

임소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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