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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왔더니 中 공안이 감시... 비밀경찰에 시달리는 위구르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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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안이 유학이나 취업을 위해 한국에 온 소수민족 위구르인들을 은밀하게 감시·협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된 중국 비밀경찰의 활동이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닌 셈이다. 공안은 위구르인의 귀국을 종용하거나 고향에 남아 있는 가족을 빌미로 국내에서 정보활동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한중국대사관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는 가운데 해외 전문가들은 "한국은 안전한 곳이 아니다"라며 정부의 관심과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위구르인 유학생 A씨(30대)는 2018년 국내 한 인권단체 모임에 참석했다가 채팅앱 위챗으로 '중국 공안'이라고 밝힌 사람의 연락을 받았다. 모임에 왜 갔고, 누구를 만났고, 한국인 누구와 이야기를 나눴는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회신하지 않으면 가족이 위험해진다"는 협박 메시지도 담겨 있었다.
겁이 난 A씨는 제3국으로 피신했다. 한국 경찰에 호소해 봐야 보호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A씨는 최근 한국일보와 암호화 메신저를 통한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중국의 위구르인 탄압을 인정하지 않는 편"이라며 "중국으로 돌려보내질 것 같아 한국을 떠났다"고 토로했다. 이후 A씨는 5년째 고향에 있는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현재까지 한국에 머물고 있는 위구르인 유학생 B(20대)씨는 2018년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며칠 뒤 중국 공안으로부터 '언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보고하고, 일주일 내로 중국에 돌아가라. 그러지 않으면 가족이 위험해진다'는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B씨는 아무런 답을 보내지 않았다. 그러자 중국 공안요원들이 B씨 집으로 들이닥쳤다. 이들은 "주한중국대사관으로 가서 여권을 다시 발급받고 귀국하라"고 종용했다. 공안은 기존 여권을 폐기할 것이라며 B씨를 압박했다.
이에 B씨는 법무부에 난민 자격을 신청했다. 하지만 거절당했다. B씨는 지난해 우리 법원 판결을 통해 비로소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C(60대)씨는 2004년 한국에 왔다. 신장지역에서 한족에 비해 위구르족은 임금이 훨씬 낮은 데다 자칫 강제동원에 끌려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2016년 인도적 체류를 신청했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C씨는 아들을 데려오기로 했다. 주중한국대사관에서 3개월짜리 한국행 비자도 받았다. 하지만 출국과정에서 중국 공안이 가로막았다. 이후 아들과는 연락이 끊겼다. 처남을 통해 아들이 강제수용소에 보내졌다는 소식을 접한 C씨는 난민 신청을 했지만 우리 정부는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7년째 불복 소송을 하고 있는 C씨는 기자와 직접 만나 "중국에 돌아가면 체포당할 것"이라며 "가족들 대부분과 연락이 두절됐고, 중국 당국의 박해에 대한 두려움은 허상이 아닌 현실"이라고 읍소했다.
이처럼 국내 위구르인들이 중국의 공권력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일보는 당사자 인터뷰, 소송자료, 대리인의 전언 등을 통해 실태를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국경을 넘어 중국 당국이 가하는 '초국가적 억압(Transnational repression)'에 해당했다. 가족의 안전을 우려해 사연 공개를 꺼렸던 이들은 위구르인의 난민 인정을 꺼리는 한국 사회에 인권 탄압 실태를 알리기 위해 기사화에 동의했다.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의 브래들리 자르딘 연구원은 26일 "중국 당국은 주로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남아 있는 가족을 인질 삼아 해외 거주 위구르인에게 '재교육'을 강요하거나 다른 위구르인 또는 인권활동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도 최근 비슷한 유형의 인권침해가 논란이 됐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위구르인 대학원생 하리마트 로지는 부모가 일본에 다녀간 이후 '직업교육 훈련센터'라 불리는 강제수용소에 끌려갔다는 연락을 중국 공안으로부터 받았다. 공안은 일본 내 위구르인에 대한 정보를 당국에 제공하지 않으면 형이 위험해진다고 추가로 위협했다.
이와 관련 자르딘 연구원은 한국일보와의 화상인터뷰에서 2년간 중국 당국의 정보요구에 응한 일본 유학생 D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D씨가 위챗으로 당국과 연락을 주고받다가 계정을 없애자마자 중국에 살고 있는 아내와 연락이 끊겼다는 것이다. 일본 위구르협회의 사우트 메하메드 이사는 전화통화에서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위구르인 대부분은 중국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이 모두 두절된 상태"라며 "가족을 빌미로 압박하는 건 흔한 사례"라고 말했다.
여권 재발급을 거부하며 체류자격을 박탈해 중국으로 돌아가도록 몰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자르딘 연구원은 "범죄인인도조약을 악용해 위구르인을 비롯한 중국 소수민족의 체류권한을 제한하고 (범법자로 만든 뒤에) 현지 당국이 신병을 확보하면 다시 넘겨받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비영리 인권단체 '캠페인 포 위구르(Campaign for Uyghurs)'의 알슬란 히다야드 이사도 "적지 않은 해외 거주 위구르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라며 "가족이 해외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 지내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위구르인들의 피난처로 "한국은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자르딘 연구원은 "한국이 2009년 세계위구르회의 사무총장인 돌쿤 이사의 입국을 거부하고 억류한 사건은 위구르인과 중국 소수민족에게 큰 메시지를 던져줬다"고 지적했다. 메하메드 이사는 "일본 내에는 위구르인 보호단체가 존재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규모가 작고,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인권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당국의 박해를 피해 중국 기독교인들이 제주도에 망명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해 태국으로 가게 된 사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은 위구르인을 난민으로 잘 인정하지 않는 편이다. 2018년 우리 정부에 2명이 난민 신청을 했지만 심사불회부 결정에 즉시 강제송환된 전례도 있다. 통상 난민신청자들은 불회부 결정을 받더라도 재판을 통해 재심사를 거치려 하지만, 당시 위구르인들은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적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는 "당시 밤중에 갑작스럽게 강제송환이 이뤄졌다"며 "난민 신청자들이 돌아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 보통 보호실에 구금되는데 그런 조치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국내 체류 위구르인은 극소수다. 채 수십 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원이 공개되면 중국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보복이 가해질 것을 우려해 상호 간에도 출신지를 밝히지 않는다고 한다. C씨는 "강제 송환되면 중국에서 체포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법원에 가도 중국 경찰이 잡으러 올까 봐 무섭지만 그래도 난민 자격을 인정받고 싶어 재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주한중국대사관에 입장을 물었다. 대사관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밝힐 입장이 없다"며 "중국은 주재국의 법에 따라 영사업무를 수행하는 법치국가이고 자국민에 대한 조사는 합법적으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사례를 알려 달라"고 반문했다. 국정원은 국내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위구르인 억압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없으나, 방첩기관은 중국 공안의 불법조사 등 주권 침해 행위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국내에서 난민 신청자들이 자국 기관원에게 위협받는다는 건 충격적"이라며 "정부가 국제인권규범에 부합한 법제를 마련하고 보호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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