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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했는데"… 호남대 쌍촌캠퍼스 아파트 무단 설계 변경 후 시공

입력
2023.02.13 15:15
수정
2023.02.1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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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서구 옛 호남대 쌍촌캠퍼스 아파트 공사 현장.

광주광역시 서구 옛 호남대 쌍촌캠퍼스 아파트 공사 현장.

13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옛 호남대 쌍촌캠퍼스 아파트 공사 현장. 입구에 들어서자 이제 막 아파트 골조가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부지 내 다른 곳에선 토목 공사도 한창이었다. 현재 공정률 9.3%. 2025년 3월까지 지하 3층~지상 30층 아파트 14개 동(棟) 903가구가 들어설 이곳은 광주 도심의 '노른자위 땅'으로 불린다. 중심가인 상무지구와 인접해 있고, 지하철 역세권으로 교통 여건도 좋아서다. 여기에 국내 굴지의 건설사인 G건설이 시공사로 정해지면서 신규 아파트 수요자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분양을 앞두고 분양가가 얼마나 될지를 두고 지역 부동산업계도 설왕설래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공사 현장 안팎에선 귀를 의심할 만한 말이 돌았다. G건설이 당초 연약 지반 강화를 위해 지중(地中)에 박기로 했던 콘크리트 파일(말뚝)을 박지 않고 바닥 기초 공사를 했다는 것이다. 기초 공사는 구조물을 지탱할 수 있도록 지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으로 건축물의 구조와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 기초 공사용 콘크리트 파일은 무른 땅의 지내력(지반이 구조물의 압력을 견디는 힘)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G건설은 1월 초 104동 건물 지하 기초 공사를 하면서 광주시로부터 주택 건설 사업 계획 변경(설계 변경) 승인도 받지 않고 멋대로 말뚝을 박지 않은 채 바닥면 전체에 통으로 기초판(정리된 땅 위에 설치하는 건축물의 최하부 콘크리트 구조)을 100~130㎝ 두께로 불법 시공했다. 애초 설계도면엔 직경 60㎝짜리 말뚝 85개를 박은 뒤 그 위로 두께 80㎝의 기초판을 시공하도록 돼 있다. G건설은 말뚝 424개를 박도록 돼 있는 112동 등 3개 동의 기초 공사도 무단 설계 변경을 한 뒤 말뚝 대신 매트 기초(온통 기초)로 시공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G건설은 또 지난해 11월쯤에도 설계 변경을 하지 않고 108동 등의 지하 2·3층 주차장 기초도 말뚝 기초에서 매트로 바꿔 시공했다.

G건설 측은 "터 파기를 할 때 지하 암반이 확인된 데다, 평판 재하 시험에서도 지내력 등 구조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돼 설계 변경한 뒤 감리단 승인을 받고 시공한 것"이라며 "다만, 공사 기간 문제 등을 고려해 설계 변경 사항들을 모아서 사후에 일괄 승인 신청을 하기로 광주시와 협의했다"고 해명했다. G건설 측은 뒤늦게 이달 2일 지하 2·3층 주차장과 4개 동, 근린 생활 시설 등 4곳의 기초 형식을 변경하겠다는 내용의 사업 계획 변경 승인 신청을 광주시에 냈다.

그러나 광주시는 "시공사 측에 일괄 사업 계획 변경 승인 신청을 협의해 준 적이 없다"고 펄쩍 뛰었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쯤 시공사 관계자가 찾아와 일괄 사업 계획 변경 승인 신청 여부를 물어보길래 확답하지 않고, '빨리 사업 계획 변경 승인 신청부터 하라'고 했다"며 "사전 공사를 하라고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최근 이 공사 현장에서 무단 설계 변경과 불법 시공이 이뤄진 사실을 확인하고 G건설과 감리업체, 사업주체 등 3곳을 주택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감리업체와 G건설이 불법 시공을 감추기 위해 감리일지와 감리 시간 외 근무 요청서 등을 조작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감리원은 "지난해 10월 토요일과 공휴일 두 차례 걸쳐 G건설이 감리원 입회 없이 말뚝 항타 시공을 한 사실이 확인되자 감리단 회의를 통해 해당 시공 날짜에 감리가 근무한 것처럼 업무일지를 조작하기로 했고, 이에 맞춰 G건설 측도 시간 외 근무 요청서를 허위 작성했다"며 "당시엔 감리단과 G건설이 감리 시간 외 근무 용역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폭로했다. 실제 G건설과 감리단은 지난해 12월 말에야 감리 시간 외 근무 용역 계약을 맺었다. 감리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감리일지를 조작하지 않았다"고 했고, G건설 측도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글·사진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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