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성소수자 때려라"... 공화당 문화전쟁 첨병 된 '트럼프의 입'

입력
2023.02.05 15: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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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아칸소 주지사, CRT·드래그쇼·라팅스 시비
보수 백인층 규합 시도...국정연설 대응 연설자 선정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아칸소 주지사가 지난해 11월 16일 플로리다주 올란도에서 열린 공화당 주지사 협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올란도=AP 연합뉴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아칸소 주지사가 지난해 11월 16일 플로리다주 올란도에서 열린 공화당 주지사 협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올란도=AP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승리해 지난달 아칸소 주지사로 취임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백악관 대변인으로 3년 반이나 일하면서 ‘트럼프의 입’으로 알려졌던 샌더스 주지사가 공화당 ‘문화전쟁’의 첨병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가 겨냥한 공격 대상은 주로 흑인과 성소수자(LGBTQ). 인종차별 이론인 ‘비판적 인종 이론(Critical Race TheoryㆍCRT)’, 히스패닉의 성중립 용어인 ‘라팅스(Latinx)’, 여장 남자가 펼치는 공연인 ‘드래그쇼(drag show)’ 등에 시비를 걸면서 유사한 법안과 행정명령을 밀어붙이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샌더스 주지사는 취임 한 달 만에 아칸소주 학교에서 CRT 교육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 공식 문서에서 라팅스 용어 사용을 금지했고, 드래그쇼에 제한을 가하는 별도 법안 서명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내 인종 차별은 개인이 아니라 백인이 주도해 온 사회 시스템과 법률 차원의 구조적 문제라는 주장인 CRT는 공화당으로부터 반(反)백인 정서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히스패닉 남성과 여성을 가리키는 ‘라티노(Latino)’와 ‘라티나(Latina)’ 대신 쓰기 시작한 라팅스 역시 공화당 지지층으로부터 LGBTQ 옹호 표현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샌더스의) 행정명령과 법안 세트는 극우, 복음주의, 보수층 지역에 보내는 메시지”(에릭 리스 아칸소주 LGBTQ 옹호 단체 휴먼라이츠캠페인 국장)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그러나 샌더스 지사 측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선거에서 63%의 득표율로 무난하게 당선되면서 문화전쟁 지지층이 확인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1996년부터 2007년까지 아칸소 주지사를 지낸 마이크 허커비의 딸인 샌더스 주지사는 2017년 34세의 젊은 나이로 트럼프 행정부 두 번째 백악관 대변인에 임명되면서 화려하게 정계에 데뷔했다. 3년 넘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좌한 뒤 그의 지지를 받으며 2019년부터 주지사 선거를 대비했고 무난히 당선됐다.

특히 오는 7일 열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 이후 공화당을 대표해 반박 연설에 나서기로 하면서 차세대 공화당 대표주자 반열에 올랐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CRT와 성소수자 공격으로 각광받는 것처럼 샌더스 주지사 역시 보수 백인 지지층을 규합하며 정치적 이득을 취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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