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왕 아들 전격 체포…"시가전 방불"

입력
2023.01.06 07:47
수정
2023.01.06 18: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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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에서 군인들이 마약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오비디오 구스만이 체포된 건물 주변을 지키고 있다. AP 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에서 군인들이 마약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오비디오 구스만이 체포된 건물 주변을 지키고 있다. AP 연합뉴스

멕시코 마약왕 '엘 차포'의 아들인 갱단 실권자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한 군사 작전 끝에 전격 체포됐다.

5일(현지시간) 엘우니베르살·레포르마·라호르나다 등 멕시코 일간지에 따르면 멕시코 국가방위대와 군은 이날 새벽 북부 시날로아주 쿨리아칸(주도) 외곽 헤수스 마리아에서 악명 높은 마약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오비디오 구스만을 붙잡아 멕시코시티 군사 시설로 압송한 뒤 검찰에 넘겼다.

이번 작전은 마약 유통·밀매 등 혐의를 받는 오비디오 구스만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이뤄졌다. '생쥐'라는 별명을 가진 오비디오 구스만은 멕시코에서도 손꼽히는 마약왕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의 아들로, 종신형을 받고 미국에서 수감 생활 중인 부친을 대신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마약 밀매 조직을 다른 형제와 함께 지배해 왔다.

그는 앞서 2019년 10월에도 국가방위대와 군에 의해 한 차례 체포된 적 있다. 그러나 당시 이에 반발한 시날로아 카르텔 갱단원들이 멕시코 도심 한복판에서 격렬한 총격전을 벌이면서, 민간인 등 8명이 숨지고 교도소 수감자가 무더기 탈옥했다. 그러자 멕시코 당국은 비상 안보 각료회의를 열어 "불필요한 유혈사태를 막는다"는 이유로 오비디오 구스만을 풀어주고 후퇴한 바 있다.

이번 체포 작전 과정에서도 시날로아 카르텔은 시내에서 군 병력을 향해 총알을 퍼붓는 등 격하게 저항했다. 시설물이나 차량에 대한 방화도 이어졌다. 일부 소셜미디어에는 상공을 끊임없이 비행하는 헬리콥터 소리와 함께 집중포화를 하는 듯한 소리가 담긴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소요사태 속에 공항과 주요 도로는 카르텔 단원을 비롯한 무장 괴한들에 의해 폐쇄되거나 차단돼, 사실상 도시가 봉쇄됐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쿨리아칸 공항에 있던 멕시코시티 행 아에로멕시코 항공기도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달리다 총탄에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체포 작전 중 경찰관 1명이 숨지고, 보안요원 6명이 다쳤다고 멕시코 당국은 밝혔다. 주 정부는 주민들에게 실내에 머물 것을 촉구하는 한편 멕시코 주재 미국 대사관은 자국민에게 외출 자제 경고를 발령했다. 각급 학교도 임시 휴교령에 따라 문을 닫았고, 행정당국도 업무를 중단했다. 멕시코 군 당국은 공군 병력까지 시날로아로 집결시키며 진압에 나서고 있다. 각 지역 공항을 비롯한 시설물 및 국경 지역 보안 태세도 강화했다.

현지에서는 이번 체포 작전이 다음 주로 다가온 북미 3국 정상회의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오는 9일 멕시코시티를 찾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북미 3국 정상회의를 하고 양자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북미 3국 정상회의에 맞춰 멕시코 정부가 미국에서도 뒤를 쫓았던 오비디오 구스만 신병을 확보해 범죄인 인도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시날로아 카르텔은 미국에서 연간 1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펜타닐의 주요 공급처 중 하나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오비디오 구스만을 비롯해 그의 형제인 이반 아르키발도, 헤수스 알프레도, 호아킨 구스만 로페스 등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실제 2017년 7월 미국 워싱턴 법원은 코카인과 메스암페타민 등 유통 관련 혐의로 오비디오 구스만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멕시코 정상회담 의제 선점 등을 위한 교환설'이나 '범죄인 인도 패스트트랙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 장관은 이에 대해 "2019년부터 미국으로부터 (오비디오 구스만에 대한) 인도 요청이 있던 것은 맞다"면서도 "오늘, 내일, 이런 상황에서 당장 인도할 수는 없다.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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