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으로 불리며 영치금 쇄도하는 아베 살인범 근황

입력
2023.01.01 15: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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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가미 열사'로 불리기도
구치소에서도 영웅 대접
경찰은 1월 중 기소 예정

지난해 7월 8일 일본 나라시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 총격범 야마가미 데쓰야(가운데)가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나라=AP 연합뉴스

지난해 7월 8일 일본 나라시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 총격범 야마가미 데쓰야(가운데)가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나라=AP 연합뉴스


‘탕! 탕!’

2022년 7월 8일 오전 11시 31분 일본 나라시의 한 역 앞에서 두 발의 총성이 울렸다. 유세 중이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첫 총성을 듣고 뒤를 돌아보다 두 번째 탄환에 맞아 숨졌다.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자민당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정치인이었기에, 그의 죽음은 일본 열도 전체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일본 언론은 2022년 ‘국내 10대 뉴스’ 1위로 아베 전 총리의 피살을 꼽았다.

아베 살인 사건 파장, '정치권과 통일교 관계'로 확대

사건의 파장은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42)의 범행 동기가 드러나면서 더욱 확대됐다. 야마가미는 통일교 신자인 모친이 땅을 모두 팔아 바치는 등 과도한 헌금으로 집안이 빈곤해져 심한 고통을 겪었다. 그는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 관련 행사에서 연설한 영상을 보고 그를 살해할 마음을 품었다고 진술했다.

사건 후 아베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때부터 자민당 아베파 주요 인사들이 통일교 행사에 자주 얼굴을 비추고 선거 때 도움을 받는 등 깊은 관계를 맺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야마가미처럼 부모의 신앙 강요와 과도한 헌금으로 고통받은 ‘종교 2세’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미온적 대처로 지지율이 추락한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결국 통일교와 깊은 관계가 드러난 각료를 경질하고 통일교에 피해를 본 사람들을 위한 구제법도 만들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게 총을 쏘아 숨지게 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가 2022년 7월 10일 오전 일본 나라시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나라=교도 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게 총을 쏘아 숨지게 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가 2022년 7월 10일 오전 일본 나라시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나라=교도 연합뉴스


야마가미 영웅시하는 사람들 나타나... 구치소에서도 영웅 대접

야마가미를 영웅시하는 사람들이 나타난 건 이 때문이다. ‘사람을 죽인 것은 잘못이지만, 야마가미의 행동이 없었다면 정치권과 통일교 문제는 아직도 어둠 속에 묻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인터넷상에선 그를 ‘야마가미 열사’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9월 10일에는 야마가미의 생일을 축하하는 글이 올라왔다. 감형을 요청하는 인터넷 서명엔 1만 명이 넘는 이들이 동참했다.

그의 근황을 상세히 취재해 보도한 슈칸분슌(週刊文春) 최신호에 따르면 그는 인터넷뿐 아니라 오사카구치소 안에서도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에겐 음식과 의복, 영치금 기부가 끊임없이 들어온다. 구치소 관계자는 “수용자 중에는 체제에 불만을 가진 사람도 많다. 그들은 ‘야마가미는 히어로다’ ‘총리를 죽이다니 대단한 용기다’라고 입을 모은다”고 말했다. 심지어 “가능하다면 나와 형기를 바꿔주고 싶다”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 1월 13일 전 살인혐의로 기소할 방침

사건 발생 초기 언론 인터뷰를 했던 야마가미의 백부(77)는 “데쓰야의 팬이 있는 건 확실한 것 같다”며 “어떻게 주소를 알았는지 우리 집으로 음식을 보내거나, ‘데쓰야에게 마음을 전해 주세요’라고 쓰인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어떤 노인은 그에게 “데쓰야를 위해 써 달라”며 선불카드를 보내기도 했다.

최근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야마가미의 구속 기한인 1월 13일 전에 살인 혐의로 그를 기소할 방침이다. 그는 최근 수사 관계자에게 “죄를 갚고 남을 위한 삶을 살고 싶다”는 심경을 밝혔다고 TV아사히 등은 전했다. 감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직접 총과 탄환을 만들어 계획적으로 살인을 한 만큼 살인죄가 인정돼 중형을 받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분슌은 “징역 30년 정도의 판결을 받을 것으로 본다”는 법조계 인사의 전망을 전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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