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인리딩방' 41억 사기범...마약 구입으로 한 주에만 1000만 원 탕진

입력
2023.01.02 04:00
수정
2023.01.02 10:5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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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코인리딩방 '슈퍼코인' 등 일당 기소
검증 안 된 수익률 자랑+인플루언서 동원
코인 투자 대신 '돌려막기'로 재투자 유도
투자자 모이자 호화생활 시작...마약 손대
필로폰 한 번에 수천만 원어치 구매하기도
주범, 최근 마약 소지·투약으로 징역 신세

사기로 구속기소된 장모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코인리딩방에 날짜나 출처가 없는 '수익률 자랑 캡처 사진'을 올렸다. 해당 사진은 코인리딩방 화면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려 홍보한 게시물.

사기로 구속기소된 장모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코인리딩방에 날짜나 출처가 없는 '수익률 자랑 캡처 사진'을 올렸다. 해당 사진은 코인리딩방 화면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려 홍보한 게시물.

"500만 원이 한 달 만에 1,000만 원이 돼서 돌아왔으니까요."

직장인 홍모(33)씨는 한때 '코인(가상화폐) 대박'으로 천만 원 넘는 돈을 벌었다. 500만 원 초기 투자금은 한 달이 지나 1,000만 원으로 불어났고, 또 몇 달이 지나 2,000만 원으로 네 배가 됐다.

홍씨의 '대박'에는 카카오톡 단체방인 이른바 '코인리딩방'이 있었다. 20%에서 많게는 100%까지 코인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카카오톡 단체방. 홍씨는 "코인 장이 좋기도 했지만 두 배 넘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코인을 골라준다면 당연히 믿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박'은 오래 가지 못했다. 3,000만 원까지 불어난 돈을 재투자한 이후, 원금 500만 원도 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한 달이던 수익금 회수 기간이 두 달, 세 달로 늘어났지만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는 홍씨. 그는 그제서야 "사기를 당했다"는 걸 알게 됐다.

투자금 돌려 막으려...'출처 없는 수익률 자랑+인플루언서 홍보'

장모씨가 운영한 코인리딩방 '슈퍼코인' 개설 4일 만에 500명을 유치했다고 홍보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홍보 게시물.

장모씨가 운영한 코인리딩방 '슈퍼코인' 개설 4일 만에 500명을 유치했다고 홍보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홍보 게시물.

홍씨가 참여한 코인리딩방은 장모(29)씨가 운영하는 단체방 중 하나였다. 그는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콤마' '라이투스'라는 이름의 업체를 만들어 '슈퍼코인' 'we make commas' 등 코인리딩방을 여럿 운영했다. 장씨의 지인 진모(36)씨는 "코인을 고르는 실력은 없고, 마치 실력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 것"이라며 "장씨도 200만 원 정도 입장료를 내는 다른 코인리딩방에 들어가 정보를 얻고 그걸 스스로 분석한 것처럼 꾸민 것"이라고 했다.

실제 장씨는 자신이 운영한 코인리딩방에 '코인 수익률'을 캡처한 사진을 꾸준히 올렸다. 하지만 사진을 자세히 보면 대부분은 '날짜'가 빠진 채였다. 언제 수익이 났는지 알 수 없는 '자랑 사진'으로 투자자들 눈을 현혹한 것이다.

장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에도 집중했다. 특히 10~30대가 주사용층인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어가 수십만 명인 '인플루언서'를 이용했다. 인플루언서들과 친목을 쌓은 뒤, 이들의 계정을 통해 자신의 코인리딩방을 알리는 수법이었다.

마약에만 수천만 원씩...돌려막기 못할 만큼 커진 씀씀이에 덜미

장씨의 사기 행각은 검찰 수사로 막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유식)는 최근 장씨와 코인리딩방 운영 동업자 이모(29)씨를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다른 공범인 조모(27)씨, 방모(26)씨 등도 함께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홍씨 등으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코인에 투자하지 않았다. 다른 투자자에게 원금과 약속한 수익을 돌려주는 데 썼다. 이른바 '돌려막기'였다. 장씨에게 1억6,500만 원을 투자한 전모(48)씨는 "장씨는 돌려막기 자금을 계속 조달하기 위해 기존 투자자들에게 '이번에 재투자하지 않으면 다시는 자신에게 투자할 수 없다'는 식으로 계속 투자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투자금은 대부분 장씨가 호의호식하는 자금으로 사용됐다. 장씨는 잦은 명품 구매로 백화점에서 VIP 대우를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거주지도 원룸에서 월세 400만 원짜리 서울 서초구 고급 레지던스로, 그 다음 600만 원 월세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고급 레지던스로 옮겼다.


코인리딩방 사기로 구속기소된 장모씨가 자신이 머물던 고급 레지던스에서 흡입했던 코카인(빨간 원 표시).

코인리딩방 사기로 구속기소된 장모씨가 자신이 머물던 고급 레지던스에서 흡입했던 코카인(빨간 원 표시).

장씨는 '마약'에도 손을 댔다. 대마를 시작으로 코카인, 필로폰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마약에 중독된 장씨는 한 번에 많은 양을 사들였는데 1주일에 마약 구매 비용으로만 1,000만 원을 쓸 때도 있었다고 한다. 필로폰을 구매할 때는 2,000만~3,000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장씨에게 투자했다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기하급수로 늘어만 갔다. 기존 투자금을 빼겠다는 투자자들이 나오자, 장씨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장씨는 투자자 집 앞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문 따고 들어가 키우는 강아지를 해치겠다"고 하는 등 기행을 벌였다.

검찰 "코인으로 수익 얻을 능력 없어"...마약으로도 징역 신세

검찰은 장씨 등을 재판에 넘기면서 "장씨에겐 애당초 가상통화를 구입해 손실 없이 큰 수익을 얻게 해 줄 능력이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이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자는 70명 정도로 이들이 입은 피해액은 약 41억7,800만 원 정도로 알려졌다.

장씨는 피해자들의 투자금으로 사들인 대마, 코카인, 필로폰을 소지 및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지난해 12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 받고, 현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수용 중이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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