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 해소 필요성 공감하지만...기업들 "생산 비용·제품 값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입력
2022.12.30 20: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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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전기요금 kWh당 13.1원 인상
한전 적자 연간 7조 개선 효과 전망
기업들, 부담 커지자 에너지효율 개선에 힘써

30일 서울 도심 내 주거시설에 설치된 전기계량기의 모습. 뉴스1

30일 서울 도심 내 주거시설에 설치된 전기계량기의 모습. 뉴스1


전기요금이 42년 만에 가장 큰 폭(1회 인상분 기준)으로 오르면서 전력 소비량이 많은 기업들이 생산 원가 인상을 걱정하며 들썩이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은 한국전력공사 적자 해소를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지만,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나오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전은 30일 "최근 국제 연료가격이 과거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동반 폭등했고, 이를 반영한 전력시장가격(SMP)도 급등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내년 1월 1일부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률은 9.5%로, 2차 오일쇼크 등 여파로 연간 전기요금 인상률이 58.9%에 이르렀던 1980년 이후 42년 만에 최대 인상 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은 한전 적자가 지난해 6조 원에 이어 올해는 3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전 내부 분석에 따르면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연간 7조 원가량의 적자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내년 안에 전기요금을 더 올릴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 경영 정상화 방안에 따라 2023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을 kWh당 51.6원으로 정해 국회에 냈다. 이날 인상 분은 이 목표치를 감안하면 3분의 1도 안 된다.



중소기업들 "전력기금 요율 인하, 분할 납부 신설" 요구

한국전력공사 제공

한국전력공사 제공


전력 소비량이 많은 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안은 가정용과 산업용에 똑같이 적용된다. 특히 에너지 소비 효율이 낮은 중소기업들은 펄쩍 뛰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즉시 입장문을 내고 "한전과 무관한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 요율 인하를 언급하지 않은 점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전력기금은 전력산업 발전 및 기반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기금으로, 전기요금의 3.7%를 쌓는다.

중기중앙회는 "전력기금 요율을 내리고 분할 납부가 가능하게 해서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중소기업 전용요금제 등 합리적 요금체계 개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쩔 수 없는 가격 인상"...에너지 효율 개선 작업에 박차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기요금 인상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기요금 인상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탄소중립을 위해 고로(용광로)에서 전기로를 활용한 생산 방식 비중을 키우고 있는 철강업계도 전기요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는다. 전기요금이 오를수록 철강 가격도 뛸 수밖에 없어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가격이 높아지면 건설에 쓰이는 철강이나 자동차용 강판 등 자잿값이 뛰어 산업 전반에서 연쇄 인상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관계자 역시 "공장 가동 비용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며 "운영 효율화 등을 통해 원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규모 공장을 365일 풀가동해야 하는 반도체 업계도 타격이 만만치 않다. 국내에서 가장 전력 소비량이 많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1년 사용량이 서울시 전체 가정용 전력 사용량의 두 배에 달한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낸 전기요금은 각각 1조7,460억 원, 8,670억 원이다. 거듭된 전기요금 인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도체 기업들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기술을 인프라에 접목해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통제하는 한편 에너지 효율 개선 작업에 힘쓰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십조 원을 쓰는 설비 투자와 비교하면 전기요금 자체가 크진 않지만 원자재 가격에 에너지 비용까지 오르면서 짐이 될 수 있다"고 털어놨다.

김진주 기자
김형준 기자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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