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권 팝니다'... 얼굴·목소리·이름 통한 수익창출 법으로 보장

입력
2022.12.26 15:25
수정
2022.12.26 16:11
1면
구독

법무부, 민법에 인격표지영리권 신설 추진
유튜브 노출 영리 활동.. 상속 분쟁 잦아져
보편적 권리 보장하고 상속 존속기간 30년
언론 취재 등 활동 땐 허락 없이 이용 가능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전경. 연합뉴스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전경. 연합뉴스

유명 유튜버가 자신이 직접 등장하는 동영상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데, 누군가 허락도 없이 해당 유튜버 얼굴과 음성이 들어간 짜집기 동영상을 만들어 돈을 벌고 있다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앞으로 얼굴, 목소리, 이름 등 '인격표지'를 통한 영리 행위를 추구할 권리가 법으로 보장된다. 이른바 '인격표지영리권'이 침해되면 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을 노출해 수익을 얻는 경우가 일반화하면서 법적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조치다.

법무부는 인격표지영리권을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26일 밝혔다. 인격표지영리권은 흔히 '퍼블리시티권'으로 불리는데, 사람의 초상·성명·음성 등을 특징짓는 요소를 영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사람의 인격표지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창작물의 독점적 수익권을 보장하는 저작권과는 성격이 다르다.

법무부는 최근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영상 기반 SNS에 자신을 노출하고, 이를 수익 창출로 연결하는 경우가 빈번한 점을 법 개정 배경으로 설명했다. 특히 얼굴, 목소리, 이름을 지속적으로 공개하면서 수익을 일으키던 인격표지영리권자가 사망할 경우 △상속 여부 △상속 존속 기간이 불분명해 분쟁이 발생하거나 권리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다른 국가에선 이미 법이나 판례를 통해 인격표지영리권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은 36개 주에서 퍼블리시티권을 규정하고 있고, 독일과 중국은 인격원의 일부로 인격표지영리권을 명문화했다. 국내에서도 연예인과 운동선수 얼굴과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례가 몇 차례 나오기도 했다.

법무부는 민법에 유명세 여부를 따지지 않고 모든 개인에게 보편적 권리로서 인격표지영리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인격표지영리권자가 신념에 반한다고 판단하는 등 중대한 사유가 발생하면 인격표지 이용을 허락했다 해도 철회할 수 있도록 했다.

인격표지영리권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권리가 소멸하는 게 아니라 다른 재산처럼 상속되고, 상속 존속기간은 30년으로 정했다. 법무부는 "30년은 한 세대에 해당하는 기간으로서 어떤 사람의 명성이나 유명세가 희박해지고 인격표지에 대한 영리적 권리가 소멸하는 데 통상적으로 충분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인격표지영리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민법에서 보장하는 '침해 제거 및 예방 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언론의 시민 인터뷰나 스포츠 중계 중 얼굴이 화면이 나오는 등 불가피하게 타인의 인격표지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인격표지영리권자의 허락 없이 합리적 법위 내에서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누구나 유명인이 될 수 있는 시대적 변화를 제도에 반영하고, 자신의 인격표지 자체를 영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절차를 거쳐 최종 개정안을 확정하고 내년 초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상무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