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마녀 재판이다!”...‘노 마스크 아저씨’에 징역형

입력
2022.12.18 14: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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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등서 마스크 거부하다 기소

일본에서 기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해 물의를 일으킨 오쿠노 준야(36). 14일 오사카지방법원은 항공기 운항 방해 등을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본인 블로그 캡처

일본에서 기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해 물의를 일으킨 오쿠노 준야(36). 14일 오사카지방법원은 항공기 운항 방해 등을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본인 블로그 캡처

“중세 마녀 재판이다! 나는 무죄다! 이런 판결은 조악한 작문이다!”

지난 14일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지방법원) 법정. 선고를 듣던 피고 오쿠노 준야(36)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판사를 포함해 법정의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오직 한 사람, 그만 ‘노 마스크’인 채 입에 거품을 물며 고성을 질렀다. 그의 주위에는 방역을 위해 2m 높이의 아크릴판이 둘러쳐져 있었다.

일본에서 ‘원조 노 마스크 아저씨’로 불려 온 오쿠노의 원래 직업은 메이지대 강사. 도쿄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코로나19 확산 첫해인 2020년 9월 피치항공 국내선 여객기에서 마스크 거부 소동을 벌인 후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비행기 탑승 후 마스크 거부... 2시간여 지연

18일 분슌(文春)온라인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그는 당시 승무원의 마스크 착용 요청을 거부했을 뿐 아니라 이륙 후에도 승무원에게 집요하게 항의했다. 업무 방해 행위를 그만두라는 명령서를 전달하려던 승무원의 팔을 비틀기까지 했다. 안전한 운항이 어렵다고 판단한 기장은 니가타 공항에 임시 착륙했고, 여객기 운항이 약 2시간 15분 지연됐다. 이듬해 4월 오쿠노는 지바현의 한 식당에서 또다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며 문제를 일으켰다. 다른 손님과 몸싸움을 벌였고 달려 온 경찰에게도 폭행을 가했다.

언론 인터뷰에 응한 그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내려야 한다는 승무원의 말에 ‘근거가 뭐냐’고 물었을 뿐”이라며 “일방적으로 악당 취급을 받은 것은 뜻밖”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마스크 착용은 법령에 의한 ‘의무’가 아니라 ‘권고’이므로 근거를 따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최근까지 여러 언론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무조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14일 일본에서 기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 오쿠노 준야(36)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 오사카지방법원. 본인 트위터 캡처

14일 일본에서 기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 오쿠노 준야(36)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 오사카지방법원. 본인 트위터 캡처


"일본에서 마스크는 신앙" 법정서도 마스크 강제 비판

공판이 시작된 것은 올해 5월. 법정에서 오쿠노는 마스크 거부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최후 발언에선 “일본에서 마스크는 국민에게 널리 퍼진 신앙, ‘마스크 진리교’다. 이것이 공권력과 결부되어 사회에 강하게 침투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입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과잉이다”라며 30분 동안 열변을 토했다.

반면 검찰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요청에는 절대 응하지 않겠다는 특이한 사고를 가진 피고의 이기적 욕심이 일으킨 사건이다. 일본 각지에서 난동을 부린 피고는 선량한 사람들에게 또다시 피해를 줄 것”이라며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법원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장은 마스크 착용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논하지 않고 항공법 위반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를 인정했다. 승무원의 팔을 비튼 행위는 폭행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오쿠노는 재판 후에도 취재진에게 “일절 사과나 반성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동조 압력 심해"... 공감하는 의견도

일각에선 마스크 강제에 반대하는 오쿠노의 주장에 공감하기도 한다. 해외에선 마스크 착용 의무가 오래전에 해제됐는데 일본에서는 ‘동조 압력’이 강해 실외에서도 벗고 다니는 사람이 드물다는 이유에서다. 오쿠노는 사건으로 유명해진 후 생각이 같은 여성과 만나 결혼도 했다. 이 여성은 법정에 증인으로 출연해 오쿠노가 “부드럽고 배려심이 있다”면서 “마스크 착용은 개인의 자유인데 주위가 히스테리적으로 반응해 남편이 말려든 것”이라며 옹호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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