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폐암 위험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 "진척 없으면 첫 신학기 파업"

입력
2022.11.25 18:09
수정
2022.11.25 18:33
구독

비정규직연대회의 조합원 30%는 급식실 노동자
"폐암의 두려움, 살아남기 위한 총파업"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총파업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대회의는 정규직과의 임금차별 해소, 급식실 폐암 종합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하루 총파업을 벌였다. 최주연 기자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총파업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대회의는 정규직과의 임금차별 해소, 급식실 폐암 종합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하루 총파업을 벌였다. 최주연 기자

"건강한 급식을 책임져 온 급식 노동자들이 집단 폐암 앞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총파업에 나선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서입니다."

민주노총 산하 학교 비정규직 관련 단체들이 결성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25일 하루 총파업을 벌였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전국여성노동조합이 손을 잡은 연대회의에는 급식실 노동자와 교육공무직 등도 소속돼 있다.

이날 서울 여의도에 운집한 주최 측 추산 4만여 명의 조합원들은 △차별 없는 임금체계 △급식실 폐암 산재 대책 마련 △교육복지 예산 확충 △인력 충원 등을 촉구했다. 연대회의 조합원의 30%가량을 차지하는 급식실 노동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한 조리실무사는 지난 5월 폐암으로 명을 달리한 동료 조합원을 언급하며 "지금도 현장에서는 같이 일하는 동료가 폐암에 걸렸을 수도 있다는, 그게 나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일하고 있다"며 "급식실에서 일하는 동료들의 목숨을 앗아간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환기시설을 개선해달라고 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선 교육청은 얼마나 되나"라고 반문했다.

25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총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울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점심으로 도시락을 먹고 있다. 급식실 가운데 배식대는 텅 비어 있다. 울산=연합뉴스

25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총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울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점심으로 도시락을 먹고 있다. 급식실 가운데 배식대는 텅 비어 있다. 울산=연합뉴스

국회 교육위원회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올해 9월 교육부에서 받은 '전국 6개 시도교육청 학교 급식실 노동자 폐암 검진 중간 결과'를 보면, 검사자 8,301명 중 1,653명(19.9%)이 폐에 양성 결절이 있거나 추적 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 중 61명은 폐암이 의심됐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급식실 노동자 중 폐암의심자 비율(0.73%)은 50대 일반인 암 발생률과 비교해 약 11배 높다"고 지적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이미 5명의 조합원이 폐암으로 사망했으며, 73명이 폐암에 걸려 산재신청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미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부위원장은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고 인력 충원을 위한 예산도 마련해야 한다"며 "학교 급식실 종합 안전대책을 위해 노조와 고용노동부, 교육부 3자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윤희 전국교육공무직본부장은 "직무와 무관한 복리후생 차별은 안 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와 법원의 판결, 공무직위원회 권고를 교육당국이 무시하고 있다"며 "우리를 고작 절감해야 할 비용으로 취급하는 교육당국은 미래 교육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교육감들이 우리 요구안에 화답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 2023년 신학기 총파업도 불사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관련 이슈태그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