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 천공, 전광훈

입력
2022.11.14 22:00
27면
왼쪽부터 허경영, 천공, 전광훈. 연합뉴스 유튜브캡처 뉴시스

왼쪽부터 허경영, 천공, 전광훈. 연합뉴스 유튜브캡처 뉴시스

허경영은 우스우면서도 기이하다. 그는 흡사 '리플리 증후군'에 빠진 듯하다. 과거 측근조차 방송에서 "허경영은 숨 쉬는 것 빼고 다 거짓말"이라 했다. 자신의 거짓말을 스스로 믿지 않는다면, 저렇게 천연덕스럽게 허풍을 떨 수 없다. 거짓말 때문에 징역(공직선거법 위반)까지 살고 나왔다. 문제는 그 허풍으로 종교적 비즈니스를 한다는 점이다. 그는 '하늘궁'이라는 정체 불명의 장소에서 짧은 축복의 메시지는 100만 원, 천국행 티켓이라는 백궁 명패는 300만 원, 대천사 칭호는 1억 원에 팔고 있다. 그 수입으로 경기 양주시 장흥 일대를 자신의 왕국으로 만들고 있다. 지금도 서민들의 피 같은 돈이 허경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허경영을 진지하게 두둔한 사람이 있다. 지난 대선 때부터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천공이다. 도인풍 차림에 스스로 스승이라 일컫는 괴이한 무속인이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허경영이 떠들었던 건 헛말이 아니었다. 이런 사회가 올 것을 미리 설계해서 나온 것이다"라고 한 바 있다. 이어 "그 양반 말은 영적인 말이다. 신기가 있다"고 그의 반사회성에 신비를 덧입히기까지 했다. 실소를 참기 어렵다.

천공은 최근 이태원 참사를 두고 "아이들이 이렇게 큰 질량으로 희생을 해야지, 세계가 우릴 돌아보게 돼 있다. (우리나라에) 엄청난 기회다"라고 했다. 생명을 도구로 여기는 끔찍한 망언이다. 젊디젊은 150여 명의 목숨이 일시에 사라졌다. 그 참극을 두고 "기회"라 떠든 그와 같은 하늘을 이고 있는 것이 괴롭다. 큰 무당 김금화는 생전 인터뷰에서 "무당은 모든 사람의 한과 눈물을 보듬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천공은 슬픔을 보듬기는커녕 모욕했다. 김금화는 "철없이 혹세무민하는 무당들이 좀 있어 걱정된다"고도 했는데, 그중 한 명이 지금의 천공이겠다.

'철없이 혹세무민하는' 또 한 명의 종교인이 있다. 거리의 3류 선동가 전광훈이다. 목사라고는 하나, 그의 입에서 정상적 언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2년 전 자신이 이끄는 사랑제일교회가 코로나 방역지침을 어겨 무더기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그는 신도들에게 진단 검사를 미루라고 종용했다. 그러면서 "집회에 나오면 걸렸던 병도 낫는다"는 헛소리를 태연하게 했다.

최근엔 부동산 '알박기'로 그의 교회가 폭리를 취했다. 재개발조합이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1·2·3심 모두 졌지만, 교인들의 격렬한 저항을 앞세워 강제집행을 방해했다. 결국 서울시 감정가(82억 원)의 7배에 가까운 563억 원을 받아냈다. 타락한 한국 기독교의 상징적 추문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이번 이태원 참사를 "북한의 공작"이라는 망언까지 했다.

허경영, 천공, 전광훈의 문제는 이들 반사회성의 여파가 국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그들은 정치권을 맴돌며 유사 정치권력화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 경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중진 안상수가 허경영을 찾아가 정치적 연대를 선언하던 코미디를 기억할 것이다. 거리에서 극우적 선동을 일삼는 전광훈 옆에는 언제나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과 김진태 강원지사가 있었다. 천공은 부인에도 불구하고, 권력 유착의 풍문이 늘 떠돌고 있다.

세계를 분별할 힘도 없고 제 영혼 하나도 건사하지 못하는, 되레 가르침을 받아야 할 가여운 자들이다. 그들이 영혼의 목자 행세를 하고 있다. 그들이 회개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려울 것이다. 이제라도 그만 그 우스꽝스러운 종교의 탈을 벗고 혹세무민을 멈춰라.


이주엽 작사가·JNH뮤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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