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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잇따라 이사회 평가 지표 도입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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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3일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과 허은녕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재계에 관심을 받고 있다. 6년 만에 임시 주주총회를 연 것도 화제지만 이 과정에서 적용한 것으로 알려진 이사회 평가 지표가 주목받고 있다.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것처럼 이재용 회장의 취약한 내부 지분율(0.31%)을 보완하기 위해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사회 경영 강화는 삼성전자만의 일이 아니다. SK, LG전자, 금호석유화학, KT&G 등이 추진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지배 구조 부문을 글로벌 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차원에서 잇따라 '이사회 역량 측정 지표'(Board Skills Matrix·BSM)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SK가 올해 2월 대기업 중 처음으로 BSM을 도입하고, 평가 결과를 공시한 데 이어 여러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BSM 적용 결과를 알리고 있다. SK 계열인 SK이노베이션, SK네트웍스, SK하이닉스 등도 쓰기로 결정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올 초부터 이사회 운영에 내부적인 지표를 활용하고 있지만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LG전자가 7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알린 BSM은 12개 항목을 잣대로 이사회 구성원을 평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여성비율(14.3%)과 정책·행정(14%) 분야는 취약하지만, 독립성(57%)이 높고 경영·회계(57%), 연구·개발(43%), 법률(29%) 등의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이사회를 분석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이미 다수의 상장업체들이 BSM을 도입, 이사회 역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부족한 점을 파악한 뒤 이를 보완해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김준호 전국경제인연합회 ESG팀장은 "비재무 부문인 이사회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여성의 이사회 참여율, 부패성, 지속관리 최고 경영자가 있는지 등 다양한 지표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2024년 유럽연합(EU)의 ESG 관련 인증 실사를 앞두고 있어 앞으로도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는 것이 재계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EU는 올 초 ESG 공급망 실사법 초안을 알리며 EU에서 활동하는 기업은 ESG에 대한 실사를 받아야 하고, 미흡하면 시정 조치를 내리도록 했다. 자칫 ESG가 수출에 걸림돌이 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상당수 기업이 창업주 또는 2, 3세가 경영하는 국내 기업 특성을 볼 때 선진국처럼 전문경영인 체제로 대대적 전환이 쉽지 않아, 결국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선 이사회 경영 강화가 현실적 방법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BSM 도입에 앞장선 기업들은 주로 2, 3세 경영을 펼치는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8월 박찬구 전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새로 뽑은 금호석유화학은, 이보다 한 달 전인 7월 이사회 멤버들을 8개 항목으로 역량 평가했다며 BSM 도입 사실을 공개했다.
계열사로 BSM 도입을 확대하고 있는 SK는 2세 경영인 최태원 회장이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주식 지분율(0.03%)이 매우 낮아, 취약한 지배 구조를 안정화시켰다는 증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상헌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창업주 후손이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지배구조를 어떻게 손을 볼 것인가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투명한 지배구조는 새로운 기업 가치를 만들고 기업 발전과 주가 상승이라는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어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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