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헌 구청장 "창신동은 코엑스처럼, 탑골공원은 담 허물어 시민공원으로"

입력
2022.10.25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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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에 듣는다]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
서울 문화재 25% 종로에 집중...보존·개발 균형 필요
평창동~대학로까지 '문화관광벨트' 형성
탑골공원 민간추진위원회 통해 재정비할 것
창신동은 코엑스처럼 단일 개발 계획 추진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이 19일 청운동 청운문학도서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종로구 제공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이 19일 청운동 청운문학도서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종로구 제공

서울에서 등록된 문화재(국가등록+시도등록)가 가장 많은 자치구는 종로구다. 23.5%가 몰려 있다. 조선시대 4대문 안에 궁궐과 시장 등 주요 시설이 밀집돼 있던 영향이다. 하지만 현대로 넘어와 종로의 자랑스러운 문화 자산은 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북촌과 서촌 등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던 탓이다.

정치1번지인 종로를 12년 만에 되찾은 국민의힘 소속 정문헌 구청장은 1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종로에 정작 보존해야 할 것은 없고, 없애야 할 것만 남았다”며 “보존과 개발 간 적절한 균형을 통해 젊은 중산층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보존할 문화유산은 살리고, 낙후 지역은 과감하게 정리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인 정 구청장의 첫 번째 기초단체장 구정 방향을 들었다.

-종로는 문화재가 많아서 개발이 잘 안 됐다.

"보존과 복원, 개발의 균형을 잡는 게 종로에서 가장 중요하다. 규제를 풀어서 살릴 건 살리고, 개발도 해야 하는데 구분 없이 보존만 해왔다. 종로 북촌과 서촌 일대가 대표적이다. 모두 한옥보존지구로 묶여 있는데 자세히 보면 남아 있는 한옥 대부분이 일제시대 때 소위 ‘집장사’들이 지어 보존 가치가 크지 않다. 보존해야 하는 한옥과 새로 지을 한옥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한옥보존지구라고 해서 무조건 2층만 지으라고 했는데 이게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규제를 풀어줘야 고유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할지 답을 찾을 수 있다. 한옥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검토한 뒤, 규제완화가 가능한 부분은 서울시와 협력해 바꾸겠다. 규제완화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아파트라도 들어선다면 당장 북촌이나 서촌 주민들이 나서서 막을 것이다."

-올해 5월 청와대 개방으로 일대 변화가 크다. 구체적인 구상은.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종로의 서촌과 북촌 두 한옥마을이 조선 이후 600년 만에 이어지게 됐다. 또 창경궁과 종묘를 잇는 길이 90년 만에 다시 연결됐다. 평창동에서 출발해 청와대, 경복궁, 인사동, 창덕궁ㆍ창경궁ㆍ종묘, 대학로 예술거리까지 하나의 거대한 문화관광벨트가 형성된 셈이다. 종로 곳곳을 차량이 아닌 관광객들이 걸어서 누빌 수 있도록 정비하겠다. 보행 중심 관광은 주차장 부족 및 상습 차량정체 해소에 도움이 된다. 그 효과는 인근 상권 활성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종로 탑골공원 재정비 사업도 추진하나.

“탑골공원은 조선시대 후기 고종이 만든 최초의 시민공원이다. 3ㆍ1운동 독립선언서 낭독과 독립을 외친 역사적 의미도 큰 장소다. 그런 역사적 가치를 되살려야 보존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고령층과 노숙인들만의 공간이 돼 있다. 이 때문에 국보인 원각사지10층석탑은 보호각을 씌워 제대로 볼 수도 없다. 종교계 원로들이 참여해 탑골공원 개선사업을 위한 민간추진위원회가 구성 중이라고 들었다. 종로구도 참여해 노인들을 위한 대체 공간을 마련하는 등 정비사업을 추진하겠다. 공원을 막고 있는 기존 담장을 허물어 광화문광장처럼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개방된 공간으로 되돌려 드리겠다."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이 19일 청운동 청운문학도서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종로구 제공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이 19일 청운동 청운문학도서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종로구 제공


-쪽방촌이 있는 창신동을 ‘미래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구체적인 계획은.

"창신동 일대는 땅을 파도 문화재가 안 나오는 종로구에서도 몇 안 되는 지역이다. 창신동에 약 10만㎡(3만3,000평)의 재개발 예정 상업지구가 있다. 그런데 현재 4개 구역으로 쪼개져 있어 개발에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업자 협의를 통해 거대 단일 계획으로 개발하려고 한다. 동대문 앞쪽은 고도제한으로 고층건물이 들어서기 어렵다. 단일 계획으로 추진하면 앞쪽은 녹지로, 뒤쪽은 용적률 등을 완화해 초고층 빌딩으로 지을 수 있다. 강남의 코엑스가 롤모델이다. 아쿠아리움과 백화점, 공항터미널 등을 조성해 초대형 미래도시로 만들고자 한다. 다만 강남과의 차별화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통이 살아 있는 종로의 특징을 살리는 차원에서 목조로 건물을 지으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구는 줄고 고령화는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인구가 10년 새 2만 명 가까이 줄었다. 고령층 비율도 25개 서울 자치구 중 네 번째다. 답은 간단하다. 젊은 중산층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된다. 궁궐 담벼락에서 조깅하고, 산자락에서 산책하면서 미술관까지 찾을 수 있는 문화적 혜택을 제공하려고 한다. 종로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학교인 교동초와 중앙중 등 명문학교들이 아직 많다. 이런 학교들의 위상을 키워, 남부럽지 않은 교육 환경을 구축하겠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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