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로 쏜 '현무', 뒤로 날아가 군부대 덮쳤다…北 도발 맞불 놓다 망신살

입력
2022.10.05 16:30
수정
2022.10.05 17:4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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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이 4일 밤 바다로 쏜 '현무-2C' 탄도미사일이 강릉 공군기지에 떨어져 불길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군이 4일 밤 바다로 쏜 '현무-2C' 탄도미사일이 강릉 공군기지에 떨어져 불길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도발에 맞서 우리 군이 응징 차원에서 발사한 현무-2C 지대지탄도미사일이 해당 군부대 안에 떨어졌다. 동해 바다를 향해 앞으로 쐈는데 미사일이 뒤로 날아가 자칫 부대 장병이나 인근 민가를 덮칠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북한을 압박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과시하려다 망신살만 뻗친 격이다. 어처구니없는 사고에 대해 군 당국은 “발사 전 점검단계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발사과정의 문제인지, 장비의 결함인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4일 오후 11시쯤 강원 강릉 소재 모 비행단에서 현무-2C 미사일 2발을 쐈다. 이날 오전 북한이 자강도에서 태평양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일본 열도 상공을 넘어 태평양으로 4,500㎞를 날아간 것에 맞선 포격이었다. 4,500㎞는 북한에서 미국의 아시아ㆍ태평양 전초기지인 괌(3,400㎞)을 훌쩍 넘는 거리다.

발사 취지와 달리 첫 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발사한 현무 미사일은 바다가 아닌 육지로 날아가 부대 내 골프장에 떨어졌다. 군 당국은 지형적으로 “동쪽으로 쐈는데 서쪽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지만, 미사일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해 실제로는 앞으로 쐈는데 뒤로 발사한 결과가 됐다.

미사일 탄두는 발사지점에서 1㎞, 추진체는 1.4㎞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탄두가 먼저 땅에 떨어지고 이와 분리된 추진체는 좀 더 날아간 것이다. 탄두가 폭발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가까운 민가가 탄두에서 700m, 부대에서는 300m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추진체에 불이 붙어 화염이 치솟았다. 이로 인해 사고 후 강릉 일대에서는 굉음, 섬광, 화재를 목격했다는 제보와 신고가 잇따랐다. 군 관계자는 “반경 300m 안에 있는 장병들을 외곽으로 대피시켰다”면서 “미사일 낙탄 이후 폭발이나 화재위험이 없었고, 심야시간이라 오히려 불편을 끼칠까 싶어 인근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드리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현무-2C는 2017년 실전 배치한 미사일이다. 기존 현무-2의 사거리를 1,000㎞로 늘였다. 현재 군은 50여 발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화 시기에 비춰 노후화에 따른 결함 가능성은 일단 높지 않아 보인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통상 제작한 지 오래된 미사일은 고체 추진체에 미세 균열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불규칙 연소를 유발해 터질 수 있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설계보다는 관리상의 문제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군 당국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생산업체와 공동으로 해당 미사일에 대한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전수검사를 통한 정확한 원인 분석을 통해 무기체계의 신뢰성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군은 2017년 9월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도발에 맞서 현무-2A 미사일로 맞대응에 나섰다가 2발 중 1발이 발사 수초 만에 바다로 추락한 전례가 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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