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중 전주환 돌발 요구 "국민 시선 누그러질 때까지 선고 미뤄달라"

입력
2022.09.29 19:59
불법촬영 등 혐의 검찰 구형량과 동일
전주환 "선고기일 미뤄달라" 돌출 행동
보복살인 재판 뒤 형량 대폭 늘어날 듯

21일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이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들 시선과 언론 보도가 집중된 것이 시간이 지나며 누그러지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선고 기일을 최대한 뒤로 미뤄줄 수 있나.”

3년 넘게 스토킹한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도 반성은 없었다. 2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서부지법 304호 법정.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31ㆍ구속)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은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피해자 A(29)씨를 살해한 혐의가 아닌, 앞선 불법 촬영 및 스토킹 혐의와 관련한 선고 공판일이었다.

카키색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한 전주환은 재판부에 갑자기 제안 하나를 했다. 보복살인 혐의를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만큼, 선고를 미루고 같이 심리해 달라고 했다. 그는 손을 번쩍 들더니 느릿한 목소리로 보복살인 수사를 “사건이 하나 걸려 있는 게 있다”고 표현한 뒤 “그 사건과 병합하기 위함이다”라고 했다. 살인 사건이 여론의 관심에서 잊혀질 때까지 선고 기일을 최대한 늦춰 양형을 줄여 보려는 요량으로 읽혔다.

재판부는 일순 당황한 듯했지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사는 “병합 부분도 검토했으나 이 사건(스토킹) 심리는 이미 선고가 가능할 정도로 이뤄졌다”며 “2심에서도 사건 병합이 가능하니 1심은 선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안동범)는 전주환에게 지난달 검찰 구형량과 같은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법원이 검찰 구형과 동일한 형량을 선고하는 건 이례적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수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고도 피해자를 살해하는 등 참혹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추가 범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했고 스토킹 범죄를 방지할 필요성이 있어 일반적인 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80시간의 스토킹 치료와 40시간의 성범죄 치료 프로그램 수강 명령도 함께 내려졌다.

그는 지난해 10월 초 A씨에게 불법 촬영물을 전송해 협박하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 351회에 걸쳐 불안감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A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합의를 요구하며 문자메시지를 21회 보내 스토킹한 혐의도 있다. 전주환이 당초 15일 예정된 선고 전날 범행해 이날로 연기됐다.

보복살인 등 혐의는 현재 중앙지검이 전담 수사팀을 꾸려 수사 중이어서 전주환의 형량은 대폭 늘어날 게 확실하다. 지난해 11월 알고 지내던 여성을 스토킹하다 흉기로 살해한 김병찬의 경우 23일 항소심에서 1심(징역 35년)보다 무거운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유족 측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다만 선고 직후 “고인의 생전 모습을 생각하면 어떠한 처벌도 만족스럽지 않다”면서도 “우리 법 안에서 큰 처벌이 이뤄져 고인의 넋을 위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주환의 돌발 행동에 대해선 “여전히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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