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가 한국보다 더 많은 인삼을 수출하는 비결

입력
2022.09.30 00:00

금산군 제공

1686년 9월 태국 왕국 외교사절단이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방문한다. 이들은 루이 14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선물을 준비했는데 조선에서 가져간 인삼이었다. 인삼은 17세기부터 동서양을 잇는 교역에서 매우 중요한 상품이었다.

뿌리 모양이 사람과 비슷한 인삼은 예로부터 그 효능과 희소성으로 말미암아 민간에게 불로초(不老草) 또는 만병초(萬病草)로 여겨졌으며, 귀신 같은 효험이 있다고 하여 신초(神草)로 불리기도 한다. 고려인삼의 학명 Panax Ginseng의 Panax는 그리스어로 Pan은 '모든'이란 뜻이며 Axos는 '치료하다'라는 뜻으로써 '모든 병을 치료한다'라는 만병통치의 의미가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독창적인 농업시스템, 생물다양성과 전통 농업 지식 등을 보전하기 위해 '세계중요농업유산제도'를 2002년에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금산인삼이 4번째로 세계농업유산에 등재되었으며 인삼으로는 세계 최초이다.

조상들이 외교 수단으로 여길 만큼 귀한 존재였고, 세계농업유산에까지 등재된 1,500년 역사의 인삼이 현재 소비 위축과 재고 증가라는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연간 인삼 생산액이 대략 8,000억 원 정도인데 누적 재고는 2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앞으로 재고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어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인삼에 대한 선호도가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위기 속에서 경제적으로 움츠러든 사람들은 기호품 소비부터 줄였고, 큰 소비층이었던 외국인들의 관광 수요가 급감하여 치명상을 입었다. 인삼 특유의 쓴맛에 대한 거부감으로 젊은 층이 인삼을 소비하지 않는 것도 인삼산업의 우려이다. 하루속히 맛과 영양을 다 잡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이다.

2019년 9월에 열린 제38회 '금산인삼축제'. 금산군 제공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인삼산업의 경쟁력 확보다. 인삼 자체 제품으로 승부를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첨단기술을 접목한 혁신적인 인삼-테크 기업이 나와야 한다. 한 예로 인삼 한 뿌리 생산되지 않는 스위스의 '파마톤'이라는 기업에서는 사포닌 함량을 표준화해 G115라는 이름으로 세계 특허를 취득한 뒤 '진사나(Ginsana)'라는 제품으로 연간 3억 달러어치를 수출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인삼 수출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우리도 세계 최고의 효능이 있는 고려인삼의 유효성분을 발굴하고 표준화하여 기능성 식품이나 천연 의약품을 만드는 데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영주시는 9월 30일부터 '2022 영주세계풍기인삼엑스포'를 개최하고, 같은 날 충남 금산군에서는 제40회 '금산인삼축제'가 개최된다. 두 축제 모두 인삼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기대하다.

박범인 금산군수의 야심 찬 도전도 주목을 받는다. 그는 '금산인삼조합' 설립 100주년을 맞아 '세계인삼수도선포식'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한류의 흐름을 타고 인삼을 이용한 K푸드와 K뷰티를 소개하려 한다. 또한, 젊은 층 고객을 유입하기 위해 대체불가능토큰(NFT) 발행과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한 인삼산업의 새로운 생태계를 구상하는 그의 행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500년 인삼 부활 프로젝트'를 통해 관계자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미봉책이 아닌 근본 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고려인삼이 비상(非常)이다! 비상(飛上)을 준비하자!


민승규 국립한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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